`선상대학' 통해 세계 문화 체험
전 희 선(이대 간호과학대학 4년)
[이대 간호과학대학 4년] 전희선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04-22 오전 09:20:15

세계 문화를 체험하고 인식함으로써 지구촌 대학생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를 다지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semester at sea(선상대학)'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이화여대 간호과학대학 신경림 교수님 추천으로 일주일여간 선상대학 프로그램에 참가, 미국 내 800여명의 대학생들과 교류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간호인의 한 사람으로서 세계 문화교류에 공헌하고, 한국의 문화와 특히 한국 간호학을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 데 큰 보람과 긍지를 느꼈다.
미국 피츠버그주에서 탄생한 선상대학은 올해로 10년째 그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내 대학생들은 학교 게시판에서, 인터넷에서 또는 MTV 광고를 통해 선상대학 프로그램을 알게 되며, 소정의 리포트와 지원서를 첨부해 지원한 후 추후 선발과정을 통해 뽑힌다.
이들은 UNIVERSE EXPLORE호를 타고 전 세계를 돌며 각 나라의 문화를 공부하게 된다. 각 국가의 대표로 참석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나라에 배가 도착하기 전에 승선해 모국에 대해 알리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필자는 홍콩에서 승선해 부산까지 오는 일주일여간 손미정 학생(이대 간호과학대학 3학년)과 함께 한국을 소개하고 홍보하게 됐다.
먼저 이 배는 일반 대학교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내부의 도서관과 20여 개의 교실, 강당, 체육관, 컴퓨터실, 카페테리아 등을 비롯해 모든 것이 대학 내 시설물과 같았다.
학생들은 홍콩에서부터 부산까지의 여정동안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역사 등 모든 것을 배우게 되었는데, 특히 한국의 분단이라는 정치적 특수성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학생으로서 우리는 매일 아침 프리젠테이션 시간마다 그들 앞에서 한국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이슈들과 한국 대학생들의 문화 등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이 배에는 미국에서 간호학, 의학, 약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도 다수 있었는데, 이들은 특히 한국의 의료상황과 간호학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우리는 선상 안에 있는 클리닉(입원실, 수술실, 진찰실을 갖추고 있는 개인병원 규모의 크기였다)을 둘러보며, 한국과 미국의 병원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며 각 나라의 고유한 의료체계에 대한 차이점과 공통점을 토론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미국 내 간호대학생들의 교과과정과 그 내용이 우리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그 만큼 우리의 교육과정이 미국 어느 일류대학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나는 무한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내게 간호인으로서의 미래 청사진 크기를 업그레이드 시켜준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나갈 수 있는 길은 세계 곳곳에 뻗어있고, 또 현재 그들은 우리의 손길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간호사와 간호교육자 수가 부족하다고 한다.
나는 우리의 우수한 간호인력이 세계 곳곳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그 순간을 행복하게 상상하며 즐겁고 힘들었던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때론 그들의 질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불안정한 날씨로 인한 배 멀미로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과의 끈끈한 우정이 나에게 많은 힘을 주었다. 누가 easy come easy go 라고 했던가. 얻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나를 듬뿍 채워주었던 이 소중한 경험을 통해 나는 지금 세계로 힘찬 발걸음을 뻗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