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남자간호사의 `환자 되어보기'
박 재 형(전북대병원 응급실)
[전북대병원 응급실] 박재형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04-08 오전 10:51:57

신규간호사로서 환자역할 체험을 했던 과정들은 간호사로서 진정으로 환자에게 베풀어야 하는 `전인간호'에 대한 절실함을 깨닫는 좋은 계기였다.
내가 맡은 환자역할은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입원한 역할로서 대부분의 생활을 간호사에게 의지하도록 돼 있었다. 그래서 정맥주사를 맞고 있는 상태에서 옷갈아입기, 구강간호, 청결관장, 흡인간호, 밥먹기, 산소호흡, 목발짚고 보행하기, 휠체어타기 등을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해보게 됐다.
대학시절 병동실습을 나갈 때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언제나 남자인 내 차지여서 그랬던지 이런 경험이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평상시 여자간호사들의 장점인 섬세함과 꼼꼼함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중에 남자간호사의 장점인 `체력'이 환자의 손발이 될 수 있어서 무척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 입원실을 배정받고 포근함을 풍기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는 병실 침상에 도착했다. 여러 환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환자들과의 나눔이 의미있는 체험이 될 거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나의 환자역할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막상 환자가 돼보니 썩 좋은 기분만은 아니었다.
먼저 왼쪽 팔에 정맥주사를 맞았다. 따끔하기도 했지만 주사 바늘이 몸 속을 파고드는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 다음엔 환의를 갈아입었는데 아무리 간호사라지만 여자 앞에서 알몸을 드러낸다는 게 약간 수치스러웠다. 이럴 때 남자간호사가 있었더라면 환자도 편하고, 간호수행에도 도움이 됐을텐데…. 수액을 달고 환의를 갈아입은 내 모습이 실제 환자처럼 수척해 보였다.
다음 차례로 남자 인턴으로부터 관장을 받았다. 몸 속에 호스가 들어오는 순간 식은땀이 주르르 흐를 정도로 힘들었는데 특별한 설명도 없이 관장을 수행하는 인턴이 약간은 야속하기도 했다. 이런 업무를 남자간호사가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현실이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뿐만 아니라 하찮게 생각했던 구강간호 같은 경우에도 혀에 묻은 생리식염수의 씁쓰름한 맛이 환자에게 상당한 불쾌감을 줄 수도 있으며,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낑낑거리며 이동시킬 때 간호사도 힘들지만 환자 또한 힘들어한다는 사실, 환자의 자존감을 충분히 인정해주며 간호에 임해야 한다는 것 등등 환자체험을 하며 깨닫게 된 많은 배움들이 앞으로 간호사로서 일하게 될 나 자신에게 많은 의미를 새겨주었다.
마지막으로 목발 짚고 보행하기 시간이 되었다. 2점, 3점, 4점 보행법을 간호사 선생님께서 설명과 함께 시범을 보여주었다. 병동을 왔다갔다하며 몇 번을 연습하고 난 후 방사선 촬영실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디뎠다. 5m도 채 못 가서 자세가 흐트러졌다. 다시 자리잡고 한발 한발… 손바닥에서 팔뚝, 허리까지 전신이 긴장되고 경련이 왔다. 몸이 의지대로 말을 듣지 않아 오가는 것이 녹록치 않았다. 남자라서 목발보행쯤이야 가볍게 여겼었는데 모든 체험들이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환자체험을 마치면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됐다. 자칫 환자들에게 소홀해질 수 있는 부분들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아무리 바쁘고 힘든 상황이라도 차분하게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며, 그들의 입장에 서서 고통을 나누는 간호를 펼쳐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