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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매 환자로소이다
전 숙(전남 나주 금안보건진료소장)
[편집국] 전 숙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02-12 오전 09:23:41

나는 치매환자로소이다.
고비사막의 미이라처럼 말라비틀어진 나의 뇌수는
내 영혼을, 고사(枯死)한 고목의 뿌리 속에 가두었습니다.
나는 육신의 빈 껍데기만 쓰고, 허허로운 몸으로
날마다날마다 점점 더 어린아이가 되어갑니다.

나도 한때는 빛나는 젊음과 명쾌한 두뇌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던 것을 나는 잊었습니다.
나를 돌보는 당신의 고통도 나는 알지 못합니다.
당신의 연민이 통곡되어 흐르는 눈물바다도 나는 보지 못합니다.

나는 한없이 허기져서 먹어도먹어도 배가 고픕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먹이를 찾는 본능 외에는
방금 먹은 일도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나는 포효하는 굶주린 맹수처럼 성격은 날로 난폭해지고
나의 능력은 모두 거꾸로 크는 아이처럼 날마다날마다 퇴화되어 갑니다.
고목의 뿌리 속에 갇힌 나의 뇌는 키보드가 고장난 컴퓨터 회로 마냥,
온 몸을 통해 오는 모든 정보를 거절합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에 나는 옷에 붙은 나의 명패를 떼고
낯익은 나의 안식처를 찾아 황혼의 붉은 하늘을 헤맵니다.
나를 찾는 당신의 울부짖음이 내 귀에 들리지만
나는 그 소리를 알아듣지 못합니다.

당신의 사랑은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힌 나에게 한 줄기 빛입니다.
나는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나를 씻어주는 당신의 손을 물어뜯습니다.
당신의 사랑에 감사할 줄, 알지 못하는 나는 치매 환자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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