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배나무 아래서
[강천보건진료소장] 류재화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01-08 오전 10:41:17

아그배라고 불리던 배가 있었다
늦가을이면 작은 열매
매단 배나무
고향집 뒷꼍 비탈진 곳에
위태롭게 서서
한세월을 보내던 나무
딱 호두만한
크기에 달고 시던 배는
크기가 조막만했다
배나무에 올라가 따기 어려워
대작대기로 두드려야만
아그배 몇 개 떨궈주던 나무
작은 배는 떨어져 덤불 속에 구르고
터지고 상처나 진물 흘리고
먹을 건 몇 조각 되지 않았지만
시고도 달던
석양빛에 몸을 담그고
맛나게도 먹던 아그배
늦가을 나뭇잎 떨어지고
서릿발 듬성듬성 얹혀 있는 날
무덤속에 누워서라도
대작대기로 후려치고픈 고향집
아그 아그배나무
시인 류재화(충북 괴산 강천보건진료소장)
류재화 간호사는 지난해 한국문인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문학 시 부문에서 `아그배나무 아래서' 작품으로 신인상(101회)을 수상하면서 시인으로 정식 등단했다.
1996년 문예사조 수필부문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 수필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간협신보가 주최하는 간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 충북공무원 문예공모 시 장원 경력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