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사랑의 음악회' 대상 수상
[서울 강북정신보건센터] 한정혜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11-13 오전 10:41:47

제3회 사랑의 음악회 영예의 대상은… 강북정신보건센터팀!
사회자가 대상을 발표하는 순간, 우리 팀원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고 앵콜 공연준비로 갑자기 신나게 바빠졌다.
공연 관람을 온 회원 가족들도 기쁨에 겨워 옆 사람을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자식이 정신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슴을 열기까지 참으로 많은 세월을 눈물로 보냈다고 하시던 한 어머니는 타 기관의 공연을 관람하면서도 연신 눈물을 닦아내시더니, 앵콜 공연하러 뛰어나가는 딸을 끌어안고 볼에 뽀뽀를 하셨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무대는 모두가 한마음 되어 기쁨을 나누고 축하해주는 감동의 무대가 되었다.
최근 한국정신보건전문간호사회 주최로 열린 사랑의 음악회에서, 우리 강북정신보건센터팀은 `에델바이스' 기악합주와 `검은 고양이 네로' 율동으로 영광스런 대상을 받았다. 아무리 불어도 제 소리를 찾지 못했던 리코더, 여기저기서 온갖 불협화음을 내던 조각 실로폰 소리가 어느새 이렇게 아름답게 어우러져 멋진 기악합주로 탄생하게 될 줄이야….
우리 센터에선 매주 화요일 오전마다 정신장애인들이 노래도 하고 악기 연주도 하는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리코더, 조각 실로폰, 톤차임, 윈차임, 핸드벨, 에그쉐이크 등의 악기를 접하며 처음엔 어쩔 줄을 몰라했던 회원들. 그러나 악기 다루는 법을 익히면서 마냥 신기해하는 천진난만한 표정은 우리를 흐뭇하게 했다. 언제나 작은 목소리의 소극적인 남자 회원에게 악기를 건네주어 훌륭한 독주를 거침없이 해냈을 때, 센터 선생님들 모두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꾀꼬리 같이 고운 목소리로 매주 화요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음악치료 선생님, 율동 아이디어 짜느라고 몇 시간 동안 고민했던 경희대 간호과학대학 학생들, 회원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지도하고 격려하던 센터의 정신보건간호사들과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던 우리 회원들….
굳이 무대에 나가지 않더라도,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마음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는 서로의 몸 동작을 보며 웃기도 하고 순서를 알려주며 서로 돕는 정겨운 모습들이야말로 재활을 꿈꾸는 정신장애인의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가슴에 한가지씩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 회원들과 가족들에게 사랑의 음악회 무대는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들을 항상 사랑의 눈으로 봐주시는 정신보건전문간호사회장 하양숙 교수님을 비롯해 축하무대에서 손을 꼭 잡고 함께 노래를 불러주셨던 여러 교수님,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일년 후 다시 있을 즐거운 만남을 기약하며…
한 정 혜(서울 강북정신보건센터 정신보건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