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극동정보대학 간호과] 김지혜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11-13 오전 10:33:39

지금까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로만 여겨졌던 해외봉사의 기회가 지난 여름 내게 주어졌다. 각 도에서 대학생 두 명을 선발한 적십자 해외봉사단의 일원으로 20일간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캄보디아에서는 프놈펜, 바탐방을 비롯해 시엠립, 캄포트와 시아누크빌에 있는 고아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놀아주고 모내기, 나무심기, 헌혈캠페인 등을 했다.
수도인 프놈펜에서 바탐방으로 이동하기 전까지는 도대체 이곳이 왜 못 산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프놈펜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나가보니 이제 막 걷기 시작했을 법한 아기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뢰와 사고 탓으로 불구가 된 사람들도 많아 프놈펜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바탐방에서 방문한 고아원은 규모도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시설도 깨끗하고 좋았다. 반면 시엠립의 고아원은 매우 열악했다. 지붕만 있는 방 천장에 주머니 같은 것을 매달아놓고 아기들을 한 명씩 그 안에 넣어 재웠다.
곳곳에는 깨진 병 조각이 널려있어 아이들이 다치지나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두 곳 아이들 모두 손잡아주고 안아주는 내 작은 행동에 너무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사랑에 굶주려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마음이 아팠다.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 한국에서도 해보지 않은 모내기를 난생 처음 체험했다. 거머리가 있다는 말에 바닥도 보이지 않는 흙탕물 속에서 겁에 질린 채 모를 심기 시작했는데 얼마 안 있어 캄보디아 적십자단원들이 우리를 돕겠다고 찾아와 많은 격려와 힘이 됐다. 또 내가 심어놓은 모가 자라 앞으로 이곳 사람들의 양식이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해져왔다.
기온과 습도가 높아 서있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맡은 일들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자신이 한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밝은 표정으로 남에게 폐가 될세라 힘든 일에 앞장서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 국립병원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병원에는 한국에서 온 간호사 선생님이 근무하고 있었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에이즈나 화상, 절단상 환자였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성을 다해 환자들을 간호하는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내 자신이 미래의 간호사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나도 내후년에는 그분과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환자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경험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의 소중함과 감사하는 마음. 20일간 동거동락한 친구들로부터 힘들고 지칠 때 상대방에게 어깨를 빌려주는 법을,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을 배웠다.
앞으로 내가 어떤 길을 가든 그곳에서 가졌던 생각과 다짐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받은 만큼 나의 가족과 이웃들에게 베풀면서 살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 지 혜(극동정보대학 간호과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