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산사 클리닉' 인상 깊어
최 명 숙 (서일대학 간호과 교수)
[서일대학 간호과 교수] 최명숙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9-18 오전 09:38:38

일본의 여성건강 관련기관을 방문하고, 한·일 여성건강간호분야 전문가들간의 지식교류를 하기 위해 우리 일행은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일본의 조산소, 병원 및 간호대학, 보건소, 여성포럼 등을 방문하고 심포지엄 참석까지 바쁜 일정을 거쳤다.
첫 방문지인 코쿠번지역 부근의 `야지마 조산사클리닉'은 조용하고 깨끗한 주택가에 위치한 가정집에 자리해 있었다. 분만실 바닥을 다다미방으로 설비해 산모가 내집과 같은 익숙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함께 분만하도록 했다.
대기실에는 이용자들의 분만 과정중 사진들이 정리돼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산모들의 예비학습을 도왔다. 임산부 교육이나 육아상담 등을 하는 상담관이 따로 있었는데 마치 잘 꾸며진 찻집 같은 분위기였다. 원장을 포함해 11명의 조산사들이 임신, 분만, 산욕, 모유수유, 육아관리는 물론, 사춘기여성의 건강관리까지 담당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여성 스스로 분만방법을 결정하고, 자신의 힘을 일깨워 분만하도록 함으로써, 해냈다는 자부심을 통해 자신의 일생을 살아나가도록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분만 자세를 산모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고, 분만 후 산모가 아기를 직접 손으로 들어서 포옹하도록 해 아기와의 친밀감을 도모하고 있었다. 조산사는 산모 곁에서 지속적인 터치로 지지하고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활성화된 간호사(조산사)들의 역할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둘째날에는 1902년에 설립된 성누가 국제병원의 산부인과 병동에 가보았다. 진통과 분만시 사용하는 LDR(labor delivery room)이 설치돼 있어 분만시 필요한 기구와 응급세트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고, 스위치를 누르면 천장에서 무형등이 내려오게 돼 있었다. 이 병원 간호부장은 부원장을 겸임하고 있었는데 일본 최초의 간호사 부원장이라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일본내 51개의 병원에서 간호부장에게 부원장을 겸임토록 했다고 들었다. 병원내 간호사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행정이 아닐 수 없으며 우리나라 병원계와 간호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도쿄의 추오구보건소는 모자보건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질병조기발견을 위한 상담을 중요시하고, 임부의 고령화에 따른 임부 방문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일본여성들의 중요한 건강문제는 △육아불안 △영유아 학대 △사고방지 △영유아 돌연사 △우울증 △흡연모성 등이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임신을 하면 보건소에서 모자수첩과 아빠수첩, 세번의 무료진찰권, 출산후 임산부 검진권 및 아기 무료검진권이 제공된다. 보건소에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돼 있어 임신, 유산, 분만과 관련된 통계자료가 비교적 정확하다고 한다.
3일째에는 요코하마에 있는 여성포럼을 방문했다. 300여개에 달하는 일본의 포럼 중 사업내용과 직원 규모가 가장 큰 포럼으로 정보제공사업, 여성취업진로, 생활지원사업, 건강관련사업, 상담사업 등을 하고 있었다. 생활지원사업으로 특이했던 것은 남성들을 자립시키기 위한 요리강좌와 여성들을 정신적으로 자립시키는 자기존중프로그램이었다. 이곳에는 남녀화장실 어디나 아기침대가 준비돼 있어 엄마, 아빠가 동등한 입장에서 부모역할을 해야 한다. 여성포럼은 여성교육뿐 아니라 남성교육을 통해 실제로 여성이 처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기관이었다.
이렇게 연수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밤 일행 18명이 한방에 모여 여성건강간호분야의 발전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인 일이 잊혀지질 않는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한 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흐뭇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