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간호 연수
가정간호사 전문성 갖고 폭넓은 활동
[서울시청 보건과 가족보건팀] 정남숙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9-04 오전 10:02:43

가정간호학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미국 가정간호 연수프로그램에 최근 다녀왔다. 서울시에서도 저소득층 대상 가정간호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
이번 연수에서는 미국 가정간호의 운영시스템, 비용지불, 질 관리 등에 대한 세미나를 갖고 모범적 가정간호기관인 엔젤레스 홈헬스케어, 홀렌벡 홈 등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은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가정간호서비스가 보편화돼 있었으며 가정간호기관들은 주 정부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영리 또는 비영리법인으로 병원과의 연계 세팅이 잘 돼 있었다. 기관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엔젤레스 홈헬스센터'는 LA에 위치한 영리 목적의 사립 가정간호기관으로서 한국 가정간호사를 채용해 한국인 이민자를 위한 가정간호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언어권의 환자들을 고려한 가정간호를 실시하고 있었다.
우리가 간 가정간호 에이전시들의 조직을 살펴보면 간호사인 설립자가 소장을 맡고 있었고 사무행정팀과 가정간호서비스팀으로 나뉘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행정팀은 스케쥴 및 입퇴원 관리같은 행정적 업무를 수행하고 서비스팀은 가정간호사,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와 간호보조원들로 구성돼 가정간호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었다.
운영면에선 디렉터와 수퍼바이저 간호사가 환자의 간호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한 간호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있었으며, 가정간호사는 1인 1일 8시간 동안 평균 6명의 환자를 관리하며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었다.
환자를 가정간호기관에 의뢰하는 방법은 주치의가 직접 하거나, 병원, 환자 가족 및 친구, 장기요양소, 제약회사, 보험회사 등 다양한 루트로 하고 있었고 서비스 기간은 가정간호사가 환자의 상태에 대해 주치의와 의견 교환을 한 뒤 정하고 있었다.
가정간호기관에 입원하면 보통 60일간의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지불이 인정되는데 기간 만료 후에도 가정간호가 계속 요구될 경우에는 주치의와 상의 후 정확한 기록을 남기고 가정간호 제공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기관에선 OASIS(Outcome Assessment Information Set) 기록양식을 이용해 가정간호의 내용을 감사하는 등 철저한 질 관리를 하고 있었다.
가정간호 서비스 비용부담은 에이전시가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로 비용을 청구하면 가사도우미, 간단한 의료기 제공, 고가의 의료기 대여료 등 의료비 전액이 청구기관으로 지불된다고 한다.
가정간호 현장에도 두 차례 따라갔다. 1차 방문은 노인아파트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했는데 가정간호사가 혈압측정과 투약지도, 간단한 식이요법 지도 등을 했다. 2차 방문지인 5인 거주 양로원에선 혈압측정과 간단한 기구를 이용한 심폐기능 측정 등을 했다. 우리나라 가정간호사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가정간호의 허용범위가 전반적으로 넓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정간호가 행해지는 양로원과 요양원, 노인아파트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운영체계와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전문화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65세 이상 노인들만 거주하다 보니 분위기가 침체돼 있고 활기가 없어 보였다는 사실이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한국도 노인 보건복지 분야에서 앞으로 많은 변화를 겪을텐데 노인들만 거주하는 아파트는 너무 쓸쓸해서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전적 체계를 유지하면서 다양하고 포괄적인 간호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가정간호기관들을 견학하면서 우리나라 가정간호의 질적 향상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었다. 우리도 가정·방문간호를 더욱 전문화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그 첫 단계로 지역사회 중심 가정간호가 법으로 제도화돼 가정간호사가 활기차고 당당한 모습으로 일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정 남 숙 간호사(서울시청 보건과 가족보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