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의료선교활동
간호의 힘으로 만드는 작은 기적
[연대 원주의대 간호학부4년] 이정인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7-10 오전 11:04:22

지난 3월 우리 대학 의료선교팀에 참가해 방글라데시로 의료선교를 다녀왔다.
방글라데시가 가난한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수도인 다카를 제외하고 다른 도시에선 건물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슬레이트 같은 합판을 사면에 두르고 천장을 덮은 대여섯 평정도 되는 집에 7∼8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방글라데시 국민 중에는 영양부족, 기생충, 피부병, 천식 환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조금만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의료혜택도 받지 못한 채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선교팀을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구순열을 갖고 태어나 어른이 될 때까지 손을 쓰지 못하다가 수술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구순열인 많은 어린 아이들이 전신마취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수술하지 못하고 그냥 돌려보내진 경우도 많았다. 이 아이들이 그런 모습으로 청소년기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정말 안타까웠다.
하루에 250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의료선교팀을 찾아왔다. 마치 그들은 우리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는 듯했다. 백내장으로 앞을 볼 수 없었던 할아버지께서 수술을 받고 앞을 보게 됐고, 등과 다리에 커다란 종양을 가진 사람은 종양을 떼어내 기뻐하며 수술실을 나갔다. 자신이 어떤 병인지도 알지 못하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그 병을 알게 되고, 약을 받고, 추후 진료를 위해서 다른 병원으로 의뢰되었다.
우리가 간 `찔마리'라는 곳은 방글라데시에서도 척박한 땅이며 고난의 대명사로 불린다. 한국방글라데시개발협회
(KDAB)에서는 찔마리의 의료, 교육, 농업을 위해 선교사, 의료진들과 함께 기도하고 섬기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실제로 여기서 운영하는 학교에서 상급학교 진학생이 많이 나왔고, 의료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개 섬에서 매월 40여명이 사망했는데 현지 간호사와 간호사 출신 한인 선교사가 협력해 건강조사와 정성어린 간호를 수행한 결과 현재는 사망률이 월 1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번 의료선교를 경험하면서 `많은 후진국에서 간호인력을 요구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라는 개인적인 궁금증이 풀렸다. 그것은 바로 지역사회간호사로서의 역할인 것 같다. 병원이 들어서지도 못하는 낙후된 곳에서 간호사가 열심을 다해 주민들의 건강관리를 맡는다면 찔마리에서와 같은 기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찔마리에서의 일정을 마감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 별자리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삶은 비록 많이 가난하지만 나와 똑같이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 속에서 하나님이 만드신 별을 보며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이 정 인(연대 원주의대 간호학부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