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 사랑 심는 간호장교
세계 평화 위해 일하는 작은 행복
[키르키즈스탄 의료지원단 간호부장] 이영선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12-05 오전 10:32:18

아프카니스탄은 메마르고 척박한 땅입니다. 10년 동안이나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은 적도 있었을 정도로. 일교차도 심해 낮에는 후끈한 열기로 숨이 콱 막히고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날씨처럼 몹시 매섭습니다.
또 사방에는 온통 흙먼지가 눈처럼 쌓여 차가 지나가거나 바람이 불때면 그 먼지를 온몸으로 다 맞아야 합니다. 텐트 안이나 차안, 어느 곳에서도 수북히 쌓인 먼지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곳곳에 보이는 뒤집혀진 장갑차와 전투기의 잔해는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같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대 테러 항구적 자유작전'에 참여한 다국적군은 임무 수행에 여념이 없습니다. 체력 연마를 위해 어깨에 총을 두른 채 날마다 먼지가 자욱한 도로를 구보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이곳에서는 샤워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총을 소지해야 합니다.
지난달 개원한 바그람 한국병원에는 간호장교 2명을 비롯해 군의관 2명, 의무병 3명이 하루에 120여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환자가 더 늘어 200여명을 진료할 때도 있습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우리 한국군 병원이 진료를 잘한다는 입소문이 퍼진 결과라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 나라 여자들은 늘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며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때는 남편을 동반해야 합니다. 우리도 처음에는 여자 환자를 진료할 때는 간호장교들이 먼저 보고 군의관에게 설명해주었는데, 중간에 현지인 통역까지 있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로웠는지 요즘은 현지 주민들이 여자환자도 군의관에게 직접 진료를 받겠다고 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진을 위해서라도 군의관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허용하지 않아 신체사정은 전적으로 간호장교에 의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진료시간 내내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을 간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 간호장교들은 따뜻한 표정과 밝은 미소, 열정적인 모습으로 사랑을 베풀고 있습니다.
진료가 끝나면 분실 우려가 있는 약품과 의료용품 등을 챙겨 기지로 돌아와 진료현황을 정리합니다. 보통 5시경에 저녁식사를 하러 나가는데 식사를 마치고 기지로 돌아올 때면 벌써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기지로 돌아와 몸을 씻고 지친 몸을 누이면 어느 순간 새벽이 밝아옵니다.
힘찬 구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할 때면 늘 새로운 마음으로 우리 텐트 위에 높이 걸린 태극기를 올려다봅니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아름다운 금수강산,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가진 자랑스런 조국이 있다는 것과 세계평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말입니다.
이 영 선 소령(키르키즈스탄 의료지원단 간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