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간호학 국제심포지엄 참가기
유전상담 전문간호사 활약 돋보여
[이대 동대문병원 수간호사] 김미영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10-31 오전 09:49:20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서 세계는 바야흐로 생명공학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유전공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유전자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지고 인간배아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유전공학의 발전 앞에 의료계는 어느 정도나 준비되어 있는가? 아니 간호사인 나는 어떠한가?
평소 유전학에 관심이 많던 차에 유전간호학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이 일본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전간호학이라는 용어가 아직까지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야마구치대학교에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뉴질랜드, 태국, 일본 등의 유전학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각 나라의 현황을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들을 통해 유전간호학의 발달 정도가 나라별로 매우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이미 병원마다 유전간호 전문상담자를 2∼3명씩 배치해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상담기술이나 상담자의 교육수준 등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도 매년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야마구치대학교를 중심으로 유전학을 간호학에 통합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유전간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심포지엄이 새로운 경험이자 도전으로 다가왔다.
심포지엄에서는 특히 간호대학 교과과정에 유전학을 도입하는 문제, 유전전문간호사의 역할과 책임, 유전질환 관련 가족들에 대한 심층적 경험 기술 및 삶의 질,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 등 실무와 교육에서 제기될 수 있는 이슈들이 폭넓게 다뤄졌다.
나는 `한국간호사의 유전학에 대한 지식과 역할 인식'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임상간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간호사들은 스스로가 유전학에 대한 지식은 낮다고 평가했으나 유전질환자에게 있어 간호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과반수 이상의 간호사들이 유전학에 대한 지식을 매스컴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습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유전학에 대한 교육이 시급함을 알 수 있었다.
심포지엄 기간동안 과거에는 유전학이 산전 진단이나 소아과 등 일부 분야에서만 관심을 갖는 학문이었지만 이제는 소아과는 물론 내·외과, 산부인과, 정신과 등 모든 분야에서 다뤄야 할 학문으로 입증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간호현장에서 유전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간호사들의 역할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간호대학 교과과정에 유전학과 관련된 내용이 없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로 인해 간호현장에서 유전학과 관련해 다양한 윤리·도덕적인 문제들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무와 교육현장간의 연계성 부족은 궁극적으로 유전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들에게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유전학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간호학에 유전학을 통합한 `유전간호학'이 탄생되길 기대한다.
김 미 영(이대 동대문병원 수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