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마취간호사 학회를 다녀와서
교육과정·근무여건 등 정보교류
[가천의대 길병원 수간호사] 정계선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09-05 오후 13:08:38

최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제7차 세계 마취간호사 학회에 다녀왔다. 세계 마취간호사 학회는 전 세계 마취간호사가 모이는 대규모 학술대회로 2년마다 열린다. 그동안 국내 학술대회만 참석하다가 박종임 마취간호사회장님을 비롯해 여러 마취간호사들과 함께 학회에 참석할 수 있게 돼 매우 뜻깊었다.
헬싱키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밤 10시를 넘기고 있었으나 백야현상으로 인해 초저녁같은 느낌이었다.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는 아이스크림 모양의 구름이 높이 드리워진 파란 하늘과 드넓은 그린필드, 그리고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예쁜 집들이 자리한 그림 같은 도시였다.
학회에 앞서 각국의 대표자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마취간호사를 위한 교육과정을 비롯해 임금수준, 활동상 등이 소개됐다. 특히 스위스는 마취간호사의 절반 이상이 남자간호사로, 연봉도 많아 직업만족도가 높다고 해 참석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와함께 나라별로 운영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공유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학술대회는 각 나라의 고유 의상을 입은 대표들이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각국 마취간호사들이 입장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으며, 첨단 컴퓨터기술을 활용한 축하공연이 곁들여져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학술대회에서는 간호윤리, 기본적인 마취방법과 최근 경향, 통증완화, 응급의료체계와 워크숍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특히 학회장 로비에서는 마취기기 회사와 제약회사, 소모품 회사들이 홍보부스를 설치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종합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모품과 마취기기를 비롯해 마취환자 관리의 키포인트인 각종 모니터들이 전시됐다. 전시된 최신식 첨단장비들을 병원에 들여와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학회 중에 헬싱키시 시장이 우리 마취간호사들을 위해 만찬을 열어 주었다. 만찬장에서는 학술대회에서 못 다 나눈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미국에서 마취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사람을 만나 미국 마취간호사의 활약상을 들을 수 있었다.
마취기기를 생산하는 Datex-Ohmeda사를 견학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활용한 각종 모니터의 생산 과정을 돌아볼 수 있었다. 기계들은 모두 12개국의 언어로 표기돼 제작되고 있었는데 한국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다.
학회 마지막날에는 척추마취와 경막외마취를 직접 실습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폐막식에서는 지금까지 2년마다 열린 학회를 여러 사정으로 인해 4년마다 한번씩 개최하게 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알렸다. 다음 개최지로는 스위스가 선정됐다.
학회에 참석하는 동안 비록 각자의 업무 환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마취간호사로서 강한 자부심과 열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러웠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특히 세계 속에 한국 마취간호사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서는 국제 학회 등을 통해 꾸준히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새로운 간호중재들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기분 좋은 부담감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2006년 스위스에서 열릴 세계 마취간호사 학회에는 우리나라에서 보다 많은 마취간호사들이 참석해 한국 마취간호의 우수성을 알리고 견문을 넓힐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정 계 선(가천의대 길병원 수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