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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배우는 환자 사랑법
최경순 상주적십자병원 중환자실
[상주적십자병원] 최경순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06-21 오후 13:14:43

지난 9개월은 경력간호사에서 신규로 돌아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12년동안 근무했던 내과병동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온 것이다.

병원에서 흔히 있는 부서이동이지만 내겐 아주 특별했다. 전에 근무하던 내과병동은 대부분이 산업재해로 입원한 장기환자들이었기 때문에 입사했을때부터 인연을 맺는 등 환자들과의 관계가 매우 각별했다. 가족만큼이나 소중했기에 헤어지는 일이 쉽지 않았다.

간호사들 가운데는 개인의 발전을 위해 병동을 옮기거나 병원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나도 한 병동에서 오랜기간 근무하면서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더나은 환경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 현장, 그 환자들이 좋았다. 그래서 천직이란 말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12년간의 간호사 생활을 돌아보면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이 가득하다. 여러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받은 사랑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마치 연예인이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살듯 나는 환자와 가족들의 사랑으로 살아왔다.

그런 환자들과 헤어지고 처음 접한 중환자실은 장소, 사람, 생활 등 모든 것이 낯설뿐이었다. 한동안은 돌아갈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기운없이 생활해왔다.

그러던 얼마전, 중환자실 간호사용 컴퓨터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됐다. 그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환자들의 개별적인 간호요구에 따른 간호중재 등을 세심하게 기록·저장해 놓은 것을 보게 된 것이다. 눈코 뜰새없이 바쁜 와중에도 환자들을 위해 정성을 쏟은 후배 간호사의 신세대식 사랑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하루종일 환자와 단 한마디의 말도 나누지 못하는 중환자실에서 각 환자들에게 최상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간호사들의 흔적이었다.

그 가운데 한 환자를 선택해 후배간호사에게 혹시 어떤 환자인지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후배는 이미 2년전에 사망한 환자에 대해 마치 오늘 아침 인계를 받은 사람처럼 막힘없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간호사로 첫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환자에 대한 일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던 내게 후배는 더이상 후배가 아닌 본받아야 하는 선배로 다가왔다. 어쩜 내가 잠시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후배를 통해 보게 된 것인지도.

그렇다. 간호사는 항상 처음 병원에 들어서던 그 순간의 열정으로 매일을 살아가야 한다. 나는 오늘부터 다시 신규간호사가 되기로 했다. 늘 환자에 대한 애정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신규간호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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