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문화원 국제세미나를 다녀와서
송 경 자 서울대병원 특수간호과장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06-21 오후 13:08:45

옥스퍼드에 위치한 영국문화원에서는 International Networking Events(INE)라는 국제 세미나를 개최해 분야별 이슈와 업적,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의 정책 적용 등에 대해 범세계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필자는 4월 29일에서 5월 4일까지 'Patient Empowerment and Healthcare Management' 주제로 열린 의료·건강분야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의료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도록 병원관리자를 비롯한 실무자들이 강의와 토의를 통해 병원관리의 최신경향을 파악하고 자국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것이 세미나의 목적이었다.
세미나에는 브라질, 멕시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오만, 예멘, 사이프러스, 카자흐스탄 그리고 한국 등 9개국에서 17명이 참석했다. 의사와 보건복지부 관리, 병원장, 진료부장, 관리부장이 대부분이었고 간호사로서는 유일하게 필자가 참여했다. 병원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즉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 요구도 증가, 급속히 변화하는 외적 환경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의 개편,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 등이 세계적으로 공통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 나라의 건강관리체계와 최근 이슈가 소개된 후 영국이 자랑하는 의료보험체계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운영 현황 및 목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또한 Oxford Radcliff Hospital, Royal Berkshire Hospital, Battle Hospital 등을 방문해 병원경영에서의 실제적인 어려움과 병원조직에서의 병원장의 역할, medical director의 역할, 재정관리, 의료서비스의 질 관리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 경제 상태, 보험제도를 가지고 있었으나 앞으로 병원은 보다 기업화된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점과 환자에게 부여되는 권한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느낀 최근 병원경영의 경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병원장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정돼 있는 보험재정 내에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책임지는 병원장의 업무는 보다 혁신적인 관리기법을 요구하고 있으며 의사로서의 진료업무와 병행하기에는 너무 부담되는 일이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견학했던 병원의 원장들도 모두가 전문경영인이었다.
두번째, 환자의 권익옹호가 매우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병원 차원의 환자만족도 감사 부서 외에도 NHS내에 환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기구를 두고 있었다. 또한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직적인 활동이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같은 서비스를 체계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세번째, 간호단위의 전반적인 운영을 간호사에게 일임하는 체계로 복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청소나 급식 업무가 용역으로 바뀌어 병원 위생관리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계기로 NHS에서 'modern matr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간호사에게 다시 간호단위 통제권한을 부여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간호사들이 'matron'이라는 단어 사용에 반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 의미는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병원마다 여러가지 방향으로 적용되고 있다. 또한 외과병동을 중심으로 환자를 24시간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면서 상태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기에 환자진료계획에 간호사의 의견을 참고할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짧은 기간동안의 세미나였으나 병원의 최고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여러나라 의사들과 행정가들을 만나면서 앞으로 간호사들의 적극적인 활용이 효율적인 병원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에 따라 간호사들이 의료계 및 병원 내외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