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간호문학상 시 부문 가작
가을 포구에서
[통양보건진료소장] 윤덕점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04-12 오전 11:48:46

파도는 늙은 창녀의 입술로
포구의 젖무덤을 핥고 있다
배꽃같은 잇바디 사이
무시로 드나들던 화물선의 왕복운동
새우젓동이거나 기름통이며 쌀가마니
도다리 퍼덕거리던 고무통까지도
은빛 출렁이던 침대 위에서
절정 치닫던 그 때
악덕포주도 기둥서방도
미성년자 매매춘 단속에 서슬퍼런
방망이도 없었어
누구라도 쉽게 드나들고
곧장 포만감에 취했던
한 동이의 새우젓 한 됫박의 쌀알이나
한 통의 생선 비린내가 그립다, 지금
땅 위엔 녹슨 삶의 훈장
가랑잎에 쌓여가고 곳곳엔 취객의 토악질 소리
세월 잃은 포구는 서리를 맞아
몽롱한 시선으로 그 시절에 닿았는가
핥아도 핥아도 마르기만 한 포구의 입술
윤덕점 <경남 통양보건진료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