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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이유
김혜정(충남대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충남대병원중환자실] 김혜정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04-12 오전 11:35:05

"엄마! 엄마! 눈 좀 떠봐요. 제 소리 들려요?"

중환자실 면회시간에 한 여자아이가 엄마를 애타게 부른다. 일에 치어 정신 없는 내게도 그 안타까운 소리는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무의식 상태로 침상에 누워있는 환자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환자 가슴에 부착된 심전도 기계줄 모니터에 나오는 심장리듬은 규칙적으로 뛰고 있다. 하지만 호흡곤란으로 기관절개술을 한 환자가 수시로 뿜어대는 가래는 천장과 벽, 심지어 여드름 난 나의 얼굴에도 피할 겨를 없이 튄다.

환자는 계속 금식을 하다가 요즘들어 코에 삽입된 호스를 통해 미음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에 자극이 됐던지 물 같은 설사를 몇 번째 계속하고 있다. 침상보를 교환하는 날이면 코를 찌르는 듯한 쾌쾌한 냄새가 온 중환자실에 퍼져 모두가 괴로워했다. 그러나 난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다.

인수인계 시작과 동시에 나의 일과는 물 한 모금 마실 겨를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며 교대 시간이 되면 어느새 녹초가 돼 있곤 한다.

아무리 열심히 환자를 간호해도 다음 근무자에게 인계를 하게 되면 놓친 일도 한두가지쯤 나올 수 있지만 중환자실은 실수가 절대 용납되지 않으며 완전히 마무리할 것을 요구하는 곳이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 중 하나라지만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고 엉켜 극단적으로 힘이 들 때면 '내가 있을 자리가 맞나? 난 능력이 없는 것인가? 혹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을 가지며 갈등과 회의를 품게 된다.

그러나 깊은 우울의 수렁에 빠져있다가도 체위변경을 하느라 환자들 등 두드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생동감 있게' 들려오면 퍼득 정신을 차리게 된다.

어느 날은 환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하루종일 펑펑 울면서 근무한 적이 있는다. 나를 강하게 만든 큰 전환점이 됐던 그 때를 다시 떠올리며 약해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곤 한다.

중환자실 생활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어렵고 고통스러웠던 날들은 환경에 적응해 나가기 위한 과정이자 귀한 경험이었으며 진정한 삶의 방법과 깊이를 터득하게 한 '쓴 약'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앞으로는 더욱 중환자실을 아끼고 사랑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정성껏 환자들을 간호하고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다. 또한 나날이 발전하는 간호기술과 첨단의 의료장비에 대한 지식을 터득하는데도 힘써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함께 지닌 간호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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