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Home / 독자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인쇄
해외간호봉사 수기-네팔에서 온 편지
사람들의 따뜻한 눈빛 보며 행복 느껴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01-18 오후 13:34:55

1999년 여름 이곳 네팔의 헤타우다에 처음 왔을 때, 지저분하고 땀에 찌든 주민들, 냄새나는 가축들과 함께 털털거리는 고물버스를 타고 클리닉으로 출근하는 일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1년 반쯤 지난 지금이야 물론 먼지 날리는 비포장길 위에서 몸이 쓰러질 정도로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굳건히 졸면서 갈 수 있지만 말이다.

봉사활동을 하는 곳은 헤타우다에서 버스로 1시간 20여분 정도 걸리는 시골마을이다. 처음에는 '클리닉'으로 파견된다는 말만 듣고 잔뜩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있는 거라곤 허허벌판에 낡은 콘테이너 건물 하나 뿐이었다. 구비된 물품이라곤 혈압계, 청진기가 전부고 물조차 공급되지 않았다. 이런 현실이 이젠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지만 처음 왔을 땐 '이곳에서 정말 진료란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곳에서 내가 하는 주된 업무는 인근 주민들에게 가족계획에 대한 상담을 한 뒤 적당한 피임법을 지도해 주는 일과 피임에 따른 부작용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 외에 산전간호와 의료시설이 전무한 이곳 주민들을 위한 1차 진료 등을 수행하고 있다.

여성의 지위가 낮고 문맹률이 높은 이곳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피임법은 프로게스테론 근육주사이다. 이 피임법은 출혈과 무월경 등의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간편하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보급돼 있다. 따라서 업무의 대부분은 피임 주사 놓는 것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치료하는 일이다.

클리닉에서 할 수 있는 산전 진찰은 혈압측정, 복부촉진, 태아심음청진, 철분제 처방 정도가 전부이다.

1차 진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주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피부 질환자 및 기생충 감염자 혹은 짜고 매운 음식과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위장계통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다.

파견 초기에는 현지인들과 의사소통도 어려워 그야말로 괴로움의 나날이었다. 게다가 의사와 약사만이 약을 처방하고 조제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간호보조원까지도 진료와 처방을 할 수 있는 이곳의 의료체계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현지의 약 이름들이 생소해 약 처방을 내는 일도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지언어와 약품들에 익숙해지고 업무 후 숙소에서 책을 찾아보는 노력 등으로 이런 어려움들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됐다. 그리고 계급의식 때문에 약간은 불친절한 이곳 의료인들과는 달리 항상 웃으며 자세히 상담해주고 친절히 간호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주민들이 호응이 커 나에겐 더욱 힘이 됐다.

이곳 사람들은 상처를 깨끗이 소독해 주고 정성스럽게 약을 발라줘도 '고맙다'라는 말을 쉽게 하진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고마워하는 마음을 눈빛을 통해 알 수 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해 간호한 후 해가 저물어 숙소로 향할 때면 벅찬 보람과 희열이 가슴 속에 차오르고 더 나은 모습의 나를 다짐하게 된다.

앞으로도 무엇보다 큰 나의 업무는 그곳 사람들의 마음 속 가까이 다가가는 일일 것이다. 정서와 문화는 서로 다르지만 간호 속에 사랑을 실어 보낼 때 그들은 어느새 나의 좋은 친구가 돼 있을 거라고 믿는다.

오늘은 어느 산골의 아줌마들이 단체로 진료실에 와서 수다를 떨고 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중앙대 건강간호대학원
  • 보험심사관리사 자격과정
간호사신문
대한간호협회 서울시 중구 동호로 314 우)04615TEL : (02)2260-2571
등록번호 : 서울아00844등록일자 : 2009년 4월 22일발행일자 : 2000년 10월 4일발행·편집인 : 신경림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경림
Copyright(c) 2016 All rights reserved. contact news@koreanursing.or.k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