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연수기-환자 심정 헤아릴 줄 아는 간호 배워
[연대세브란스병원 인공신장실] 이영미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0-11-17 오전 10:52:33

복막투석 간호사를 위한 전문교육과정이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이번 교육과정은 아시아지역의 인공신장실 간호사들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8개 병원에서 간호사 9명이 참석했다.
강의는 전문교육과정답게 잘 짜여져 있었고 여러 나라의 간호 현황과 새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으로 진행됐다. 특히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환자 중심의 간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간호사가 일방적으로 만족하면서 제공하는 간호가 아니라 그 간호를 받아들이는 환자의 입장과 감정 상태가 과연 어떤지를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교육과정 내내 강조됐다.
강의를 진행한 강사의 태도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미국과 영국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들이 강사로 참여했는데 환자에게 보다 나은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프로답다"는 생각을 했다.
강사 중에는 의사도 3명 있었다. 간호사를 매우 정중하게 대하고 진심으로 동반자로 여기고 있는 그들의 태도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교육과정이 열린 '탄톡생병원'을 둘러보는 시간도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병원에서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곳들이 눈에 띄었다.
응급실은 환자를 중증도별로 구분해 받을 수 있도록 몇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환자들이 모두 침대에 누워있으리라는 기대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마치 외래진료 대기실에서처럼 환자들은 의자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순서가 되면 응급약을 처방받아 돌아가는 모습이 새로웠다.
원무과는 마치 수술실처럼 독립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기용 의자가 즐비했고 여기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원무과 직원들은 고객과 같은 눈높이로 마주 앉아 일대일로 면담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직원과 직원 사이는 물론 고객과 고객 사이에도 칸막이가 되어 있어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보장해주려는 병원측의 배려가 엿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보다도 더 깊이 내 가슴에 남겨진 것은 바로 싱가포르를 떠나던 날 한국인 가이드가 들려준 한마디였다.
"싱가포르에서는 인상 찌뿌린 간호사를 결코 찾아볼 수 없답니다. 힘들고 어려우시더라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그런 간호사가 되어주세요."
이영미<연대세브란스병원 인공신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