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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간호문학상 시 가작
그런 것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2-12-20 오후 13:58:49
- 서효경(서울대병원 간호사)

산다는 건 그런거다 굴욕과 능욕을 속싸개처럼 자연스럽게 내몸안에 켜켜이 껴 안고 있는 포근함
얼음처럼 깨어질 듯 하나 깨뜨려 지지 않는 깨어져도 오뚜기 같은 한 됫박의 거울 주머니
눈을 감으며 눈을 져버리기를 기도 하며 좀벌레처럼 하루하루를 파먹은 적이 있다
곰살거리며 베넷짓하는 어린것의 눈을 마주 하지 못하고
그니의 파르랑거림을 사랑으로 대하지 못하고
모든 세상일이 내게만 부당하게 느껴졌던 겨울과 봄과 여름이 있었다.
겨우내 퉁명스럽고 질긴 옷을 꾸역거리는 장롱속으로 끄집어 넣으며 봄
이 오지 않기를 기도 한 적이 있다.
얄상거리며 누워 있는 보드라운 블라우스를 집어 넣으며
짧은 민소매와 반바지를 꺼낼 날이 오지 않기를 기도 한 적이 있다.
세상은 모두 나를 철저히 외면하고
길가에 피는 꽃무리들조차 답답한 듯
바람 한점 겹돌지 않던 숨이 턱을 메꾸던 한여름이 내 등위를 서성이던 그 여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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