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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간호문학상 시가작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12-28 오후 17:36:46
풍금소리

김 송(동서신의학병원


단층짜리 낮은 학교는
왁자지껄 코흘리개 아이들의 소리로
들썩이다가

손등에 때가 두텁게 덮힌 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고,

운동장 철봉대에 매달려
물구나무를 서곤 하던 우리들은

뱅뱅이를 돌리다가
문득 호젓한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풍금소리에 어지럼을 느끼곤 했다.

그 아이는 그렇게 풍금을 쳤다.
우리가 먼지 날리면서 강아지 떼처럼 놀고 있을 때도
그 아이는 작고 깨끗한 손으로 선생님만 아는 악보를 넘겼다.

그 아이는 손수건을 가슴에 달지 않고 손에 들고 있었으며,
우체국 다니는 옆집 언니보다 더 뽀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가리떼처럼 왝왝거리며 몰려다녀도 지칠 줄 모르던
우리들도 그 아이의 향기로운 말투에는 쉬 노곤해지곤 했다.

우리들이 책을 탑처럼 쌓은 책보를 팔 위에 척척 올리고 다닐 때도
그 아이는 국어책속에 나오는 영이처럼 뚜껑달린 붉은색 가방을 메고 다니다가,
자기곁만 맴돌던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서울로 돌아가 버렸다.

그 아이는 올 때도 갈 때도 우리와는 무관했지만
오락시간에 부를 노래가 무찌르자 오랑캐뿐이었던
그 시절의 우리들에게
풍금을 치는 도도한 꿈을 꾸게 해주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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