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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간호문학상 수필 가작
나의 길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12-28 오후 17:33:56

- 윤 은 화

유난히도 잦은 비를 뿌렸던 여름이다.
더위가 물러나기 아쉬운지 8월의 마지막 주 햇살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따가운 듯싶다.
나의 일터와 집은 걸어서 30분.무더운 날 양산 하나에 손가방 하나 들고 그 시간 동안을 걷노라면 몸속 구석구석에 저절로 땀방울이 맺힌다. 그러나 굳이 몸이 화끈 달아오르는 여름의 공기 속을 헤치며 출근하는 까닭은,온몸에 땀이 스믈스믈 나와도 걷고 싶은 이유는 바로 길 때문이다. 나의 길.

30분 동안 길 위에 있으면 많은 생각이 난다. 어느때는 나도 모르게 내가 걷고 있는 이 길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 길로 가는 것이 맞지? 다른 길은 또 없니? 불룩 솟아오른 보도 블록이나 푹 꺼져버린 아스팔트 콩크리트 길은 어느 곳에 있지? 하얀색 분필 자국이 표시해둔 사고지점에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어?

이 길 저 길을 걷다 보면 이번엔 길이 물어 본다.
"너는 무슨 길을 걷고 있니?"

나의 길? 간호사인 나는 이 길의 시작이 어디였을까? 생각해본다.간호학과를 입학한 바로 그 해인가? 아니다.어릴 적 유치원을 다녔던 그 시절에,커서 되고픈 사람을 그려라 하였을 때,간호사를 그렸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잘 그렸다고 잘생긴 막내 삼촌에게 칭찬을 받은 기억까지.그때부터 간호사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무의식적으로 마음속에 품었던 간호사의 이미지.그래.그때가 시작이겠다.

처음이야 어찌 되었든,나는 꾸준히 그 길을 걸어와서 병원의 간호사로 취직을 하였고 진정한 간호사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였다.그러나 첫발을 내딛는 신규 간호사에게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는 환자들과의 의사소통,그들과의 관계,그 관계 속에서 행해져야 하는 정확하고 신속한 전문 간호술등의 비탈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 비탈길을 넘어서자 환자들을 교육하고 옹호하며 대변해 줄 수 있는 지성과 지식을 연마해야 하는 길이 나타났다.

그 길의 모퉁이를 돌면 또 다른 길들이 나타났다.흘린 땀들을 닦았다.그리고 진정한 간호사는 아직 멀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떤 때는 왜 이 길인가? 에 대해서 고민해 보기도 한다.세상에는 수백가지 수만가지 길이 있을텐데 왜 굳이 이 길로 왔을까? 나는 왜 이 길로 가야할까? 심신이 피곤하고 지쳐서 걷다 지친 두 발을 보면서 한번씩 문득 문득 물어 본다.

길을 걷다가 어느 날 문득 멈춰 섰다.그래 잠깐만 쉬다가 가자.먼 산도 바라보고 싶었고 길가의 작은 잡초와 그 옆의 풀 벌레,그 잡초의 풀 내음과 곤충의 울음소리를 느껴보고 싶었다.

먼 길을 가기 위해 잠깐 쉬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닌가.그리고 지나갔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간호사의 길을 어떻게 왔는가.얼마나 왔는가.바르게 왔는가.그리고나면 궁금해 진다.앞으로는 어떻게 갈 것인가?

비탈길,언덕길,지나쳤던 길들을 하나 둘 씩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핀다.길이 잘 닦여 있어서,좋은 길로 와서가 아니다.길을 지나면서 내가 만났던 환자들,동료들 그리고 내가 느꼈던 구슬땀들 때문이다.사람으로 태어나서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길을 걷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지나친 발자국을 반추하며 오늘도 길을 걷는다.오늘 하루도 온종일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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