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소설 가작
날고 싶다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7-01-08 오전 08:32:16
- 박 보 영(고신대복음병원)
“꺄악~ 엄마~”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온다. 어쩌면 고함소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지상 40m에 서는 것일까?
“야 장난 아니다…” “그러게…” 내 앞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주저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저 땅으로 돌려보낼 의무가 있다. “자 다음분…” 난 그들을 그렇게 부른다. 그리고 한 사람이 다리를 떨면서 나타난다. 얼굴에 약간 진한 화장을 하고 머리에는 갈색으로 염색을 했다. 요즘은 다른 색들도 많이 있는데 왜 하필이면 갈색이지?
“저요?” 그녀는 머뭇거리며 대답을 한다. 그녀는 나의 손님… 아니… 회사의 손님이겠지… 그리고 나는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 “예. 올라오셨으면 뛰어야… 오세요…” 그녀는 머뭇거리는 걸음으로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몸에서 진한 향수의 냄새가 났다. 고약하군… 얼마나 뿌린거야?
“자 이제 뛸 준비하세요… 아래는 보지 마시고… 저기 앞에 있는 산만 쳐다보세요…” “이렇게요?” 그녀는 내 지시대로 고개를 들어 억지로 먼 산을 쳐다보았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말문을 열었다. “예… 좋습니다. 이제 하나, 둘, 셋 하면 번지를 외치면서 뛰시는 겁니다. 알았죠?”
나는 그녀의 뒤로 링카라비너를 조였다. 그리고 로프를 잡아당겼다. 로프는 탄탄하게 매어져 있었다. 나는 밑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밑에서 있는 동훈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자 번지 준비!” “저… 다음에 하면 안될까요?” “예?” “다음에 할께요…” “무서우세요?” “예…” “눈감고 그냥 뛰시면 되요… 처음엔 다 무서운 법이니까요… 하다보면 익숙해 져요…” “그래도 무서운데…”
“저 밑에는 튼튼한 매트가 깔려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그리고 이 줄은 200Kg까지 버틸 수 있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시구요… 준비…”
그녀는 다시금 낙하대에 섰다. 그리고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에 올라온 이상 땅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곳은 지상 40m의 높이… “번지 준비!” 내 소리에 여자는 팔을 넓게 벌렸다. “5, 4, 3, 2, 1, 0! 번지!” “꺄아악~”
여자가 뛰어내렸다. 나는 밑을 쳐다보았다. 여자는 로프의 반동으로 인해 공중에서 두, 세번 뛰어 올랐다. 그리고 반동이 멈췄다. 여자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게 마치 도축장에서 죽은 돼지들이 공중에 걸려있는 것 같다. 나는 밑을 내려보았다. 동훈이가 내리라는 손짓을 한다. 나는 계기판에 붙은 버튼을 눌렀다. 여자는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훈이는 매트위로 올라가 여자에게 묶은 로프와 링카라비너를 풀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다음 사람을 준비하고 해야한다.
“다음 분…” 곁에 있던 다른 여자가 떨리는 다리를 애써 붙잡으며 내곁으로 다가온다. 지독한 향수냄새가 후각을 마비시킨다. “형은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잘 다뤄요?” “무슨 소리냐?” “그렇잖아요… 무섭다고 못 뛰겠다는 사람들 그렇게 뛰게 만들잖아요…”
길지 않은 점심시간… 동훈과 나는 가까운 패스트푸드에서 햄버거로 식사를 때우고 있다. 우리가 식사하는 시간은 5분… 그거면 충분하다… 햄버거 하나와 콜라하나… 그리고 가끔 감자튀김 하나… 그렇게 먹는 식사에 이젠 익숙해졌다.
“뛰게 만드는게 아니다…” “아니면요?” 나는 햄버거를 입에서 떼고 말문을 열었다. “뭐랄까… 동기부여라고 해야 하나? 뛰어야 한다는 동기… 그걸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거지…” “동기부여요?” “응…”
나는 손에 들었던 햄버거를 입에 댔다. 배가 고프면 역시 눈에 보이는게 없다. “어떤 동기부여 말인가요?” 햄버거 한입 먹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나는 다시 햄버거를 입에서 뗐다.
“땅으로 가야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뛰는 방법밖에 없다는 동기… 그걸 심어주면 되는 거지…” “땅으로 가야한다는 동기?” 나는 햄버거를 잽싸게 먹었다. 안그러면 저 녀석이 무슨 말을 시킬지 모르니까… “그럼 우린요?” 뭐? 우리?
“우리라니?” “우리도 올라갔으니 내려가야 하는거 아닌가요? 우린 왜 머무는 거죠?” “왜 머무냐고?” “형이 말했잖아요… 올라갔으면 내려가야 한다고… 그런데 우리는 왜 머물러야 하는 거죠?”
나는 입에 댔던 햄버거를 다시 내려놓았다. 아직 동훈이는 어리다. 아직 너는 몰라도 좋을텐데… “말해 줄까?” “예?” “우리가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동훈이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그냥 말해주기엔 너무 아깝다.
“대신 네가 먹던 햄버거는 내가 먹는다. 불만 없지?” 동훈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녀석의 햄버거를 덥석 집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건 우리가 주인공이 아니고 거기에 올라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