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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 수필 당선
이쁜이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7-01-08 오전 08:26:59
- 이 윤순 (국립경찰병원)

이쁜이는 얼핏 들으면 흔하고 촌스러운 사람 이름 같아 보이지만 현재 내가 보호하며 키우고 있는 강아지의 이름이다. 그다지 난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요즈음 사람들이 개를 마치 사람인 양 여기며 안고 업고 심지어는 사람들도 잘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들을 주며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는 것을 보면서 혀를 차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어린 시절 시골 마당에서 내가 사랑하며 키우던 누렁이가 지나가던 사람이 던져 준 못 먹을 것을 먹고 죽어가는 모습을 끔찍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쩜 나의 이런 사랑의 상처를 피해가기 위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나와 이쁜이와의 만남은 참 희한한 일이다. 작년 이 맘 때 다시 병원근처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날마다 우리 집 문 앞에서 기웃거리는 아주 초라하고 흰 털이 더러워져서 회색빛이 된 바싹 마른 늙은 강아지를 보았다. 몇 번 쫓아 보기도 하고 겁을 주며 집 찾아 가라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아파 보이는 강아지는 매일 우리 집 앞을 기웃거렸다.

날씨가 서늘해지면 떨어진 감나무 잎으로 몸을 덮고 힘없이 누워 있곤 하였다. 동네 사람들도 이 강아지를 아는 것 같다. 더러 감나무 아래 사료를 갖다 놓고 가는 것도 몇 번 보았다. 누가 이 강아지를 버린 것일까? 아님 길을 잃어버린 것일까? 불쌍한 생각이 들어 마당으로 들어오게 하여 먹을 것을 좀 주었다. 그 후 이 강아지는 계속적으로 나를 주인인양 따랐다.

심지어 병원으로 출근을 할양이면 어디서 뛰어 나왔는지 꼬리를 치며 병원까지 따라온다. 출근을 하면서 뒤를 돌아보면 눈치를 보고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나를 따라와 정문 경비아저씨에게 혼나고 돌아가는 모습도 몇 번 봤다.

퇴근을 하여 집으로 돌아올 때면 어디에서 뛰어 나왔는지 저 편에서부터 귀를 쫑긋하고 달려와 꼬리를 치며 내 몸을 휘감으며 나를 반겨주는 것이다. 항상 우리 집 문 앞을 떠나가지 않고 지켜준다. 참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매정하게 다시 버릴 수도 없고 혼자 사는 사람이 개를 키운다는 것도 우습고 급기야 시골 어머니에게 상담을 청했다.

어머니는 도회지에 혼자 사는 딸 걱정에 늘 가슴아파하셨을까 흔쾌히 “좋은 일이대이 그냥 니가 키워래이~ 니 집에 들어온 생명인데 그게 밥값은 할끼다 심심할 때 친구해래이~ 이쁘면 이름은 이쁜이라 캐라.”

전화로 들려온 어머니의 목소리에 더 가슴이 아팠다. 하라는 결혼은 안 하고 혼자 사는 딸이 얼마나 안쓰러웠으면…… 어머니의 마음이 충분히 읽혀진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그냥 개를 개처럼 키우기로 했다. 동물 병원에 데려가서 병을 예방할 최소한의 약을 먹이고 빨간 목걸이를 헐값으로 사서 이쁜이라고 새기고 내 전화번호도 적어 놨다. 너무나 오랜 동안 노숙을 했던 강아지라서 동물병원 식구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고마워하며 사료도 무료로 주었다. 목욕도 시켜주고 제대로 먹여주며 한 달 정도 지나니 하얗고 이쁜 강아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힘들었던 노숙 생활 때문일까 이 놈은 나에게 별별 충성을 다하는 것 같다.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낯선 사람이 내 물건이라도 만질 터이면 온 힘을 다해 짖는다.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 다닌다. 교회에도, 슈퍼에도, 심지어 미용실까지도 따라와 끝날 때 까지 나의 보호자처럼 조용히 기다려준다.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도 다 들어주는 것 같다.

기분이 상해지는 울적한 날이면 내 앞으로 와서 내 손을 핥아주고는 꼬리를 쳐 준다. 이 녀석은 ‘내가 옆에 있으니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언젠가 내가 휴가로 3일 내내 집을 비운 적이 있었다. 언제 온다고 말한 적도 없고 너 가고 싶으면 가라 하는 마음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사실 그냥 사라졌으면 좋을 마음으로 돌아왔는데 문 앞에서 비실비실 일어나 눈을 동그랗게 하며 달려와 꼬리를 치던 이쁜이… 이 녀석은 내가 주인인 줄 아는 것 같다.

하얀 털, 빨간 목걸이, 초롱초롱한 눈빛… 우리 동네 사람들은 이쁜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세탁소 아저씨도, 앞집 아주머니도, 철물점 아저씨도, 미장원 언니도 내가 집을 비우는 날이면 누군가가 와서 사료를 주고 간다. 우리 병원까지 따라 온 이쁜이를 본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레 내가 병원의 간호사란 것도 알게 되었다.

이쁜이 덕분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도 감사하지만 동네사람들이 이쁜이를 빌미로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괜스레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어려운 가족사를 이야기하고, 종종 건강 상담도 한다. 병원에서 이런 저런 검사를 했는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 아님 얼굴에 이상한 것이 생겼다면서 아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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