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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치유 이야기에서 간호사가 사라졌다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5-12-24 오전 09:28:34

황효숙 서울여자간호대 초빙교수
(간호사, 문학박사, 칼럼니스트 / 간호인문학, 질병체험서사 연구)

◇ 소설 속 간호사 이미지 현실과 거리…단편적 평면적 부차적 인물로 밀려나
◇ 간호사, 환자의 질병체험서사 읽어야 환자의 삶 이해하고 공감능력 획득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 소설은 현실을 닮은 모델로서 개연성이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간호사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의’ 일상적인 진실로 간호사의 위치와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소설 속 간호사의 이미지는 역동적으로 변화한 우리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 최인호의 소설「견습환자」(1967년)에 간호사가 등장한다. “간호사들의 얼굴은 지극히 사무적으로 뻣뻣해 있었고 그녀들의 얼굴에선 웬일인지 잘 소독한 통조림 깡통 같은 쇠녹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 그녀들은 전염병이 휩쓰는 우기에 마스크를 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소독약을 살포하는 방역원 같은 모습으로 층계를 오르내리고 있다.”라고 간호사의 이미지를 표명한다. 소설은 환자의 몸을 규제와 감시의 대상으로 개념화하는 간호사를 꼬집는다. 간호사의 모습은 사물이나 기계들이 움직이는 비인간화된 형국으로 나타났다.

신문기자였던 김훈의 소설 「화장」(2003년)에서도 간호사를 묘사한다. “수술 전날, 간호사가 아내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간호사는 머리카락을 한 움큼씩 손으로 쥐고 밑둥에 가위질을 했다. 머리통을 간호사에게 내맡기고 아내는 울었다. 간호사가 잘린 머리카락을 흰 보자기에 싸서 들고 나갔다.” 단편적인 행위 묘사지만 간호사는 환자의 실존적 고통에 다가가지 않는 모습으로 기술되었다. 현상적인 측면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비현상적 측면의 느낌, 배려, 이해, 공감이라는 돌봄에서 볼 때 창의성 없는 기계적인 접근태도의 이미지로 간호사를 보여주고 있다.

백의의 천사는 어디에 있는가. 박완서, 은희경, 최인훈, 김진명의 소설에 등장하는 간호사도 우리가 찾는 간호사의 모습은 없었다. 개별 주체들이 구연해낸 이야기가 집합적으로 묶여질 때, 한 집단의 다중적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평(端平)이 된다. 소설 속에 비춰지는 간호사는 관계와 소통으로 인간성 회복을 돕는 총체적 돌봄이라는 본질적 측면에서 간호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간호상(像)에 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대간호가 인문사회학적 측면을 간과한 채 과학적 간호에만 편중했기 때문이다. 현대간호에서는 개인의 특이성과 개별성을 바탕으로 고유성과 감성을 중요시하는 서사가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 현대간호의 과도한 기술 의존성에 따라 환자는 소외되고 환자들의 치유 이야기에서 간호사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소설 속 간호사의 등장은 단편적이고 평면적이며 부차적 인물로 밀려나 곡해되고 있다.

이청준의 소설 「퇴원」과 「조만득 氏」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있어야 하는’ 당위적인 간호상(像)이 제시된다. 환자를 한 사람으로 만나, 사람됨을 보존해 주고, 환자를 옹호하고 연민을 가지고 대하길 바라고 있다. 환자의 몸에는 삶이 들어 있다. 간호사는 환자의 질병체험서사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체험서사(Illness Narrative)는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체험, 즉 고통의 원인, 전개 과정,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 같은 질병에 관한 모든 것을 말이나 글로 풀어낸 것이다. 의료진의 관점에서 본 질병뿐만 아니라 환자의 관점에서 본 질병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질병의 의미와 환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질병체험서사를 통해 이해와 소통은 이루어진다. 간호는 환자의 몸과 마음 그리고 가치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총체적 돌봄인 것이다.

상상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은 가치 있는 삶의 미메시스다. 인간 이해로부터 간호가 속속들이 자리 잡을 때 소설 속의 간호사 이미지는 총체적 돌봄의 주체로서 재현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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