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열전 -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하자
임재훈/ 충남대병원 간호사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3-02-26 오후 15:12:10

“나는 간호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신입 간호사가 얼마나 될까?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나 역시 간호사라고 대답하기에 우물쭈물했던 시절이 있었다.
병원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처음 응급실로 들어서던 때가 기억난다. 나는 응급실의 유일한 남자간호사였다. 남자간호사를 낯설어하는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응급실은 뜨거운 여름에도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고, 추운 겨울에도 땀이 흐를만큼 긴장감을 지녀야 하는 곳이다. 나는 응급실의 분위기에 점차 적응해가면서 내 역할을 차근차근 해냈다. 군대에 있을 때처럼 시간은 더디게 흘러가고 있었다.
생사가 오고가는 응급상황에서 간호사는 정확한 판단력을 지녀야 했다. 그리고 의료인과 보호자 간의 의사소통을 조율하는 조정자의 역할도 해내야 했다. 무엇보다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 힘들다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아픈 사람을 대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신입간호사로서 저지르는 잦은 실수와 갑작스럽게 들이치는 응급상황에 슬슬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을 때였다. 늘 내 곁에서 조언을 해주시는 프리셉터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도 너처럼 힘들었던 적이 있어. 하지만 기죽고 외면해버리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어. 피할 수 없다면 부딪쳐서 이겨내자. 내가 옆에 있어줄게.”
이 말은 간호사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잡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 이후로 나는 매일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용감히 부딪치고 있다. 내가 간호사로 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그 목표를 기준점으로 세웠더니 절로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하게 됐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있다. 나는 크게 아파본 적이 없어서 환자 마음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다. 건강한 간호사에게 아픈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진짜 간호사가 되기 위한 가장 큰 숙제이지 않을까. 나는 그 숙제를 풀기 위해 오늘도 유니폼을 입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