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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텔레비전 속 간호사 이미지
조 정 화 방송작가 (`다큐멘터리 3일-나이팅게일 다이어리' 집필)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3-01-29 오전 11:17:46

◇ 다큐 3일 촬영하면서 간호사 참모습 이해
◇ 환자·보호자 마음 헤아릴 줄 아는 사람들

◇ 질병과의 싸움 그 거칠고 힘든 전쟁을
◇ 견디게 해주는 존재는 늘 간호사였다

 방송에 비친 간호사는 늘 일정한 스테레오타입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 텔레비전 속 간호사의 이미지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고민 끝에, 지난 제작일지를 꺼내보기로 했다.

 2009년 봄,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3일을 보내기로 했다. 병상 수가 2700개, 1400명의 의사와 3000명의 간호사가 일하고 있는 초대형 병원의 소아병동을 찾아갔다. 텔레비전 속에서 늘 조력자의 역할로만 비춰졌던 간호사. 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미디어가 보여줘 온 간호사의 스테레오타입을 넘어서보고 싶었다.

 촬영 초반, 역시나 인터뷰의 대부분이 “왜 저를 따라다니세요. 다른 사람 찍으세요”였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늘 생사의 전쟁 속에 싸우고 있는 환자 또는 그 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이었기 때문인지, 간호사들은 화면의 가운데 서기를 한사코 사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방송에는 잘 나오지 않았던 간호사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기 시작했다. 전문간호사(CNS)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프리셉티는 프리셉터에게 어떻게 트레이닝 받는지, 신생아중환자실 안의 그 작은 환자들에게 간호사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들인지, 그리고 3교대 근무가 사람을 얼마나 고되게 하는지까지.

 72시간 동안 5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간호사의 일상은 1시간짜리 테이프 60여 개에 달했다. 그 가운데 실제 방송될 60분을 골라내는 일, 즉 촬영 분량의 10분의 9를 버리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 - 이것을 통상 편집이라고 부른다 - 을 거쳐 방송이 만들어졌다. 그 안에 담긴 간호사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첫 번째 장면. 끔찍이도 커다란 주사바늘이 아이의 허리에 쑤욱 들어간다. 악명 높은 척수검사. 그런데 간호사가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주며 긴장을 풀어준다. 그림 실력이 대단치는 않다. 하지만 자동차와 꽃 두 가지밖에 못 그린다며 수줍게 웃는 간호사 덕에 아이는 조금 덜 고통스럽게 검사를 마친다.

 두 번째. 할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 계속 혼잣말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다는, 늘 뛰듯이 걸어 다니는 간호사가 한밤 라운딩을 돌고 있다. 그런데 한 병실에 들어가자 엄마와 아기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아기와 엄마를 차마 깨우지 못하고 돌아 나오며 간호사가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다시 와야 될 것 같아요.” 빡빡하기만 한 라운딩 동선에 문제가 생길 텐데도 환자와 보호자의 단잠을 깨우지 않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세 번째 장면. 아이가 심장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엄마가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자기가 왜 입원했는지도 모르는 아이는 천진하게 “엄마, 왜 울어?” 한다. “어머니, 울지 마세요”라며 막막하기만 할 엄마의 마음을 안정시킨 사람은 역시 담당간호사. 그때 내레이션은 `엄마의 등을 두드려주는 것도 간호사의 일입니다'였다.

 돌이켜보면 〈다큐멘터리 3일〉에서 방송된 간호사의 모습은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그러면서도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을 헤아려 생각하고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알 수 없다는 사실조차, 명확히 알려주면 안심이 되는 법이다. 생로병사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는 그런 안정을 주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한 병동을 단 3일간 기록하고, 간호사 전반에 관해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나 보호자가, 방송이 그리고 이 사회가 `보고 싶어 하는' 간호사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는 확실한 것 같다. 그러한 세상의 기대를 잊지 않는 마음, 그 속에 텔레비전 속 간호사의 이미지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당시 프로그램 기획안의 첫 장을 장식했던 조디 피콜트의 `쌍둥이별'이라는 소설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오랜 기간 계속되는 질병과의 싸움. 그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의사지만 사실 그 거칠고 힘든 전쟁을 견디게 해주는 존재는 늘 간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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