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아동학대 없는 세상 함께 만들어가요
류경희(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12-23 오전 10:10:53

"학대피해아동 생애에 걸쳐 고통 받아 가족과 지역사회도 피폐하게 만들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간호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신고노력 필요"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서 노인 한 분이 열심히 무언가를 바다를 향하여 던지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행인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닷가에서 밀려들어 온 불가사리들을 바다를 향하여 던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행인은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불가사리를 왜 바다에 던지고 계세요?”
할아버지는 대답했습니다. “물 밖에서는 불가사리가 죽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바닷가에는 수 많은 불가사리들이 떠밀려 온 채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행인은 다시 묻습니다. “할아버지 혼자서 이 많은 불가사리를 어떻게 살리시려구요?”
할아버지는 행인에게 웃으면서 얘기합니다. “모두를 살릴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바다로 던진 불가사리들은 살겠지요.”
그 말을 들은 행인은 할아버지와 함께 불가사리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아동학대는 학대피해아동의 전 생애에 걸쳐 심각한 고통과 피해를 주며, 아동뿐만이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고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동안 개인 혹은 가정 내 문제로 가려져 오다가 2000년 아동복지법의 개정으로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하여 학대피해아동들이 발견되고 있다.
2001년도에 4133건이던 신고상담건수가 2008년도에는 9570건으로 증가하였으나, 이는 여러 가지 실태조사를 통해 볼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학대의 고통 속에서 누군가의 관심만을 기다리고 있다.
또 우리가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아동학대가 주로 아이들을 잘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아이들이 오로지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보호자들에 의해 자행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학대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거나 대처하기 어려우며, 그래서 학대는 은밀하게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점점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간호사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노력이 필요하다.
간호사는 직무상 아동들을 자주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상황이나 아동학대의 징후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법에서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규정하고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를 포함한 신고의무자들에 의한 신고율은 매년 전체의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대한간호협회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전국적으로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교육, 홍보 및 캠페인, 기금조성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국가차원에서 볼 때에도 매우 모범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이러한 협회의 노력과 더불어 간호사 한 사람 한 사람이 학대의 위기에 놓인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때이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들을 보았을 때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신고해 주고 도와줘서 학대피해아동이 한 명, 두 명 발견되고 아이들의 상처가 회복되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그래서 그 아이가 행복하고 또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길 당부드린다.
할아버지 혼자서 수많은 불가사리를 모두 살리지는 못하지만 할아버지가 100명이 되고 1000명이 된다면 불가사리들을 모두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바로 그 할아버지가 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