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너싱-한국 간호사여서 자랑스럽다
박 기남(노르웨이 간호사)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03-25 오전 10:33:09
노르웨이 홀튼지역의 노인병원 `인드레 하븐 쉬께엠(Indre Havn Sykehjem)'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얼마 전 병원에서 주는 감사의 꽃다발을 받았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 간호사의 성실함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5년 전 `예' `아니오' 밖에 몰랐던 내게 기회를 준 담당간호사 엘리자벳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혜전대학 간호과를 졸업하고 순천향대병원, 가톨릭대 성가병원, 건양대병원 등에서 14년간 경력을 쌓은 나는 남편의 권유로 노르웨이 간호사에 도전했다. 37세에 생소한 노르웨이어를 배우는 일은 정말 막막했다. 영어로 먼저 찾은 후 다시 노르웨이어를 찾아야 비로소 한 단어의 뜻을 알게 됐고, 책 한 장을 해석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노르웨이에 처음 도착한 날, 지리산에서와 같은 깨끗한 공기가 느껴졌다. 노란 민들레, 파란 하늘, 사람들의 여유로운 얼굴, 학원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푸근하게 다가왔다.
병원생활이 시작됐다. 노르웨이인들처럼 말을 알아듣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올까 걱정됐지만, 늘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했고, 진심은 언젠가 통할 거라 믿으며 나를 보여주려고 서두르지 않았으며,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실력을 갖추는 것만이 나와 환자, 동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임을 알았기에 열심히 공부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고생을 끝낼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나를 한국 이름 박기남으로 불러 준다. 그것이 참 자랑스럽고 좋다.
가족을 다시 찾게 된 것에도 감사한다. 한국에서 주말부부였던 나는 아들을 시어머니께 맡기고 일했다. 이젠 세 식구가 같이 식사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같은 지붕 아래서 잠잔다.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문화를 체험하고, 넓은 세상을 보며 인간 존재와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이민 1세대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치가 있는 고생은 즐겁고, 가치가 있는 노력은 지치지 않는다. 노르웨이 도전을 준비하는 한국 간호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비록 나는 사막에서 시작했지만, 나의 경험과 노력이 후배들에게 작은 잔디와 연못이라도 되어줄 수 있길 바란다.
박 기남(노르웨이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