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소리-장기이식코디네이터로 산다는 것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01-21 오전 10:28:37

따릉 따르릉~
핸드폰 벨소리에 가슴이 덜컥한다. 집에서도 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설정해 놓은 전화벨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자명하기 때문이다.
장기이식코디네이터인 내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서 걸려온 전화는 자다가도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이다. 하던 일을 멈추고 컴퓨터를 통해 뇌사자 상황을 파악한다. 모처럼 휴일 나들이 준비로 들떠있던 아들 녀석이 못마땅한지 볼멘소리를 한다.
처음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제의를 받았을 때, 한 달여간 고민한 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일은 녹녹하지 않았다.
응급상황이 많았고,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이 꺼져가면서 다른 생명을 불태우게 하는 아이러니 같은 상황, 뇌사자 가족과 이식을 통해 새 생명을 밝혀야 하는 환우들의 사연, 의료진과 각 부서간의 고뇌와 갈등, 경찰서와 법원 관계자들과 연관돼 진행되는 생소한 일들….
임상 경험이 적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버거운 일들 앞에서 절망감이 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다시 시작할 힘을 준 것은 바로 뇌사자와 그 가족, 장기이식을 받은 환우들이었다.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꼬박 밤을 새워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오히려 밤새면서 일하는 의료진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뇌사자 가족들, 자신의 아들은 살 수 있는데 상대방의 아들(뇌사자)은 죽을 수밖에 없다며 울어버리시는 어머님, 어린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담담히 수혜자분의 경과를 물어봐주시는 뇌사자 부모님, 한밤중에도 응급콜을 받으면 얼른 달려오는 의료진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장기이식코디네이터에게는 24시간 on-call이라는 직업 특성상 개인의 희생과 빠른 판단력, 의학적 지식, 매 상황에서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 시간에도 전문적인 지식과 따스한 가슴으로 자신보다는 환우들 입장에 서서 뛰고 있을 전국의 장기이식코디네이터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생명 지킴이인가.
김 형 숙
강남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Job Mana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