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춘추-응급실 희노애락
최승준 간호사(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9-24 오전 10:05:32
응급실에서 근무한지 1년이 지났다. 신입간호사라면 누구나 그렇게 느끼겠지만, 정말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훌쩍 가버린 시간 끝에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참 보람된 일이 많았다. 특히 앞으로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은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응급실 선배간호사, 동기들과 함께 교육이 끝난 후 퇴근하는 길이었다. 병원 장례식장 앞 구름다리를 지나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보니 중년 남성 한 분이 쓰러져 있었고, 낯익은 누군가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길거리 응급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우리는 기도를 확보하고 교대로 심장마사지를 하며, 응급실에 연락을 한 후 구급차를 기다렸다. 환자분은 응급실로 바로 이송됐다. 긴박했던 순간도 잠시, 잘 마무리가 됐다.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후, 그 환자분께서 무사히 퇴원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때 정말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응급실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유명 연예인이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왔다. 몰려드는 기자들과 문의전화로 정신이 없었다. 그 다음날, 환자 곁을 지키고 있던 나의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돌고 있는 웃지 못 할 일이 생겼다.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후 이곳저곳에서 걸려오는 안부전화를 받느라 근무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다.
돌이켜보면 고된 일상이지만 이런 저런 사건, 사고로 긴장감과 생동감이 묘한 균형을 이루는 매력 넘치는 곳이 바로 응급실이다.
항상 나를 이끌어 주는 선배간호사 선생님들과 의지할 수 있는 동기들 때문에 더욱 힘내서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응급실 생활이 더욱 즐거워지도록 열심히 한 번 달려보려 한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조금씩 조금씩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최승준 간호사(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