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간의 건강증진, 질병예방, 질병치유를 목적으로 동서의학을 접목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필자가 근무하는 경희대학교를 비롯 여러 병원에 '동서협진센터'가 세워지고 있고, 한방병원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생활수준 향상으로 건강 및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인구의 고령화 추세와 여러가지 만성퇴행성질환이 증가하는 등 한방의학에 대한 필요성이 커져가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학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최첨단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만성퇴행성질환을 위해 보완대체의학의 수요가 증가되고 있고, 이에 대한 효과가 입증돼 1992년 국립보건원(NIH)에서 보완대체의학(CAM)연구소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서양에서 정의하는 보완대체의학은 현대의학에 비해 덜 기술적이고 중재적이면서 자가치유능력을 위주로 하는 의학으로 제도권 내의 의학적인 방법 이외의 모든 치료방법을 말하며 우리나라 한방치료의 한 분야인 침, 지압, 뜸 뿐 아니라 향요법, 호흡요법, 명상, 최면, 이완요법 등 다양한 방식의 치료방법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 제도권 내에 의학과 한의학이 분류돼 있어 서양에서 분류하는 보완대체의학과는 다른 식의 분류가 필요하다.
우리 간호계에서도 한방간호와 관련된 연구가 여러 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방건강증진센터를 실제로 운영하는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며 한방간호를 접목한 우리 고유의 모델인 '너싱홈'의 운영도 시도해 보았으면 한다.
최근 필자는 개인적으로도 중풍으로 안면마비가 된 환자에 대한 안면경락마사지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 안면마비의 회복이 촉진되는 것을 확인했고, 경혈지압으로 수술 후 부동환자의 장유동이 촉진되는 것을 확인하는 연구도 시도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 현재 우리 간호계에서 한방간호에 대한 대비는 아직까지 미비한 점이 많다.
최근 한방병원의 수는 1985년 13개의 한방병원(749개 병상)이 1998년 111개의 한방병원(6153개 병상)으로 증가했으나, 한방병원에 필요한 한방의 원리를 공부한 간호사의 수는 전혀 그 증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간호대학에서 한방간호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기관은 4년제 대학 48개교 중 불과 14개교, 3년제 대학 65개교 중 40개교에 불과하고, 교육내용도 한의학총론, 경혈학 등 한의학의 기본적인 이해 수준에 지나지 않아 향후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문제점이 있다.
더욱이 현재 한의원에서는 환자관리, 약재관리, 환자와의 상담, 조리법 교육 등을 비롯한 한약의 조제와 같은 광범위하고 중요한 업무들을 충분한 지식과 조예가 없는 간호사 및 간호보조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 문제점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현재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에서는 한방간호 프로그램으로 기존 간호사를 재교육시키는 보수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한방간호연구회에서는 3개월의 단기 교육과정을, 한방간호학회에서는 주기적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경희대 동서간호학연구소에서는 전문간호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한방간호교육을 위한 1년 과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들로는 한방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간호사를 공급할 수 없다. 한방전문간호사를 양성해 이들이 전문교육자가 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병원의 경우 경영상의 필요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병상회전율을 높일 수밖에 없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령화 사회의 추세, 만성 질환의 증가 등으로 인해 한방간호 및 장기요양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는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한방간호 교육프로그램으로 교육받은 한방전문간호사와 그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제도권 내 인정을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