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이광자 <이대 간호과학대학 교수>
[이대간호과학대학] 이광자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03-29 오전 11:28:47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을 전후로 1990년대 우리의 정신보건 현장의 변화는 근대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광범위한 정신보건 서비스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정신보건 서비스가 개발되고 실행되었으며 지역사회 내에 정신보건 서비스 전달체계가 생기고 정신보건 전문인력도 체계적으로 훈련, 배출되고 있다. 정신질환자를 무조건 장기입원 시키거나 수용해서는 안되고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탈수용화의 개념을 포함하는 지역정신보건사업의 이념은 예전과 비교해볼 때 많이 대중화되었다.
이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장 더디게 변화하는 부분은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낙인이라 할 것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낙인은 일반인들이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라는 특성에 대하여 고정관념이나 편견적 태도 그리고 더 나아가 차별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 '정상'이라는 규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시되거나 모욕을 당하기도 하고 공식 또는 비공식적 불이익을 당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때문에 환자들은 수치심을 느끼게 되고, 그러한 수치심 때문에 치료를 잘 받으려 하지 않고, 집이나 직장을 구할 때도 차별 대우를 받으며,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게 된다.
많은 연구에서 정신질환자 및 가족들은 병에 대한 수치심과 죄의식뿐 아니라 가족의 부담으로서 사회적 낙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많은 배우자들이 자신의 배우자를 정신질환자로 인정하기를 꺼려하며 낙인화 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움 찾기를 미루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가족에 있어 사회적 낙인의 영향은 자긍심의 손상과 친구를 사귀거나 관계를 유지하는데 대한 어려움, 직장을 찾는 문제 및 환자의 정신장애를 인정하기 힘들어하는 것 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같이 정신장애인의 재활을 어렵게 하는 것은 그 개인의 장애정도보다는 일반인을 비롯 가족, 치료자들이 정신장애인이라는 낙인을 찍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많다.
특히 정신장애인에 대해 갖는 대중의 부정적 견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의료인이 정신장애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 환자의 재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가령 약물중독이나 자살시도로 환자가 응급실에 왔을 경우 그들에 대한 의료인의 태도는 어떠한가? 환자나 가족으로 하여금 수치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우리의 정신보건 현장은 이에 대해 부분적으로 노력해왔으나 체계적인 극복의 노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없애는 일이야말로 환자가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조기에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는 환자가 보다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게 할 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게 할 것이다.
환자의 지지자이며 권익옹호자의 역할을 하는 간호사들이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 극복하기 위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올해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정신건강의 해'이다. 건강한 사람들이 나보다 조금 약한 사람들과 함께, 인내하면서,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우리가 앞장설 때 이 나라 국민의 건강이 밝아질 것이다.
자기만을 위해 열심히 살 때도 아름다우나 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