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 지킴이로 나서야
[전 한국여성개발원 수석연구위원] 박정은 기사입력 2000-11-17 오전 10:41:05

여성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른바 여성시대가 도래했다고도 한다. 과연 어느 정도나 그러한가? 여성발전을 위해 간호사가 기여해야 할 몫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가부장적 성 역할 인식론에 의해 여성은 가정과 사회에서 이중역할을 담당하면서 차별과 억압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여성차별과 여성문제는 그 발단이 된 여성의 신체적 특성과 생리적 부담을 사회적으로 경감시켜 주는 것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의 여성정책은 문제해결의 초점을 바로 인식하기를 외면해왔다. 그 결과 여성은 여전히 고용시장에서 차별받고,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되며, 이중역할 부담으로 인해 불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최근 여성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여성의 능력을 발굴·개발하여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순기능적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가족과 사회가 보호하고 바르게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여성들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사회발전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여성의 발전과 복지를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핵심요소로 인식하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유엔은 이미 '한 사회의 여성건강 수준'은 그 사회에 속한 여성이 받는 대우나 지원의 총체적 표현임을 강조하면서 '그 사회 안에 사는 여성의 지위'를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경 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한 12개 행동강령 중에도 여성건강이 포함돼 있다. 행동강령에서는 여성이 양질의 보건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 증진, 성병예방과 생식건강문제에 대한 성 인지적 조치도입, 여성건강관련 자원의 증가 및 모니터링, 여성건강관련 연구 활성화와 정보확산, 여성의 성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관심 촉구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권리 중 생식건강에 대해 여성 스스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올바른 여성정책 수립과 여성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여성건강문제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서야 한다. 그리고 여성의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건강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여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일에 누가 앞장서야 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이 일을 국민건강의 수호자이며 여성건강의 옹호자인 간호사들이 맡아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여성건강 소비자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여성건강 수호자로 확실히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국회로 진출한 간호사 출신 의원 두 사람이 여성이 건강과 평등권을 보장하는 여성정책을 이끌어 내는데 적극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해 본다.
간호사가 여성건강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선 우선 여성건강의 현주소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여성건강관련 보건통계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작업에 참여해야 한다. 또 정부의 보건관련 위원회 및 정책결정과정에 간호계의 대표가 최소 30%이상 포함되도록 요구하고 감시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성정책 중에서도 특히 미흡했던 여성건강 지키기 정책이 강화되도록 간호사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여성건강이 여성운동의 핵심 이슈가 되고 이를 각 여성단체에서 주요 활동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데도 힘써야 할 것이다.
간호사들이 이제는 각종 여성단체에 참여해 여성건강관련 활동의 주체자이며 감시자 역할을 해내야 한다. 간호인만으로 여성건강을 지켜내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 과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모든 여성이 함께 기여하고 함께 나눌 때 그 짐이 가벼워지고 그 기쁨도 크고 그 열매도 달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간호인들은 정부가 여성정책의 목표를 여성건강에 두도록 촉구해야 한다. 또 여성정책의 기획·수립·시행·평가과정에 참여해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간호사는 여성계의 지도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박정은 <전 한국여성개발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