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통신-간호사 유니폼 색깔론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 김옥수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10-07 오전 10:11:16
얼마 전 이곳 노스 캐롤리나 주의 지방신문에 작은 반론기사가 났다. 듀크 홈스테드 박물관에 갔다가 온 한 간호사가 올린 글이다. 노스 캐롤리나 주는 미국에서 담배 생산이 제일 많은 고장으로 굵직굵직한 브랜드의 담배회사 본부가 있는 곳이다.
그녀의 글은 폐암 선고를 받은 후 오랫동안 고생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간호사인 자신을 박물관이 얼마나 모독하였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담배공장의 여직원들에게 간호사의 유니폼을 입히고 머리에 캡까지 씌운 전시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 의복이 그 시대를 회상하게 하는 것임을 알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은 언제 어느 세기에도 결코 흡연을 권장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박물관에 전시된 담배공장 여직원의 간호사 유니폼은 즉시 사라져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 간호사의 유니폼을 빌려서 담배공장의 타당성을 입증하려는 것은 솔직하지 않은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필자가 이곳에 도착한 1960년대 말기에는 간호사들이 캡은 쓰지 않았으나 흰색의 동일한 복장으로 바지가 아닌 원피스를 입었다. 1970년부터는 연한 컬러색이 서서히 등장하다가 1980년 중반에는 그야말로 총 천연색으로 옮아갔다. 운동화의 등장도 아마 이때인 것으로 짐작된다.
1990년 초에는 의료기관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직종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유니폼을 입게 됐다. 수술실 복장과 동일한 스타일에서 색상만 다양한 것이라서 붙여진 이름인지 이 유니폼은 스크럽(Scrub)이라는 말로도 불리운다.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에서는 건물 관리, 청소, 환자이동부서만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복장이다. 겉으로는 간호보조원인지, 물리치료사인지 아니면 수련의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스크럽 위에 걸치는 가운의 경우도 혼돈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전문의만 입던 무릎까지 오는 긴 가운을 지금은 인턴 때부터 입을 수 있으니 의사들의 복장도 옛날과는 많이 다름은 물론이다.
한때 교복이 자율화 되고 나서 학생들의 모습이 산만하다는 단점을 지적하는 의견과 개성미가 돋보인다는 쪽의 의견이 팽팽했던 예도 간호사의 유니폼 색깔론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1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후로 편한 운동화 차림이 아니었다면 그 장시간을 불편한 가죽구두 차림으로 배겨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어느 정도 직종에 대한 복장의 구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몇몇 큰 병원에서는 색깔을 단일화시키는 쪽으로 변화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거대한 `자유화 물결' 추세는 느슨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조만간 `백의의 천사'라는 우리 간호사들의 애칭도 곧 없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흰 유니폼은 사라지더라도 `천사'라는 이름은 오래 오래 지니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옥 수 리포터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
그녀의 글은 폐암 선고를 받은 후 오랫동안 고생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간호사인 자신을 박물관이 얼마나 모독하였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담배공장의 여직원들에게 간호사의 유니폼을 입히고 머리에 캡까지 씌운 전시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 의복이 그 시대를 회상하게 하는 것임을 알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은 언제 어느 세기에도 결코 흡연을 권장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박물관에 전시된 담배공장 여직원의 간호사 유니폼은 즉시 사라져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 간호사의 유니폼을 빌려서 담배공장의 타당성을 입증하려는 것은 솔직하지 않은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필자가 이곳에 도착한 1960년대 말기에는 간호사들이 캡은 쓰지 않았으나 흰색의 동일한 복장으로 바지가 아닌 원피스를 입었다. 1970년부터는 연한 컬러색이 서서히 등장하다가 1980년 중반에는 그야말로 총 천연색으로 옮아갔다. 운동화의 등장도 아마 이때인 것으로 짐작된다.
1990년 초에는 의료기관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직종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유니폼을 입게 됐다. 수술실 복장과 동일한 스타일에서 색상만 다양한 것이라서 붙여진 이름인지 이 유니폼은 스크럽(Scrub)이라는 말로도 불리운다.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에서는 건물 관리, 청소, 환자이동부서만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복장이다. 겉으로는 간호보조원인지, 물리치료사인지 아니면 수련의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스크럽 위에 걸치는 가운의 경우도 혼돈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전문의만 입던 무릎까지 오는 긴 가운을 지금은 인턴 때부터 입을 수 있으니 의사들의 복장도 옛날과는 많이 다름은 물론이다.
한때 교복이 자율화 되고 나서 학생들의 모습이 산만하다는 단점을 지적하는 의견과 개성미가 돋보인다는 쪽의 의견이 팽팽했던 예도 간호사의 유니폼 색깔론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1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후로 편한 운동화 차림이 아니었다면 그 장시간을 불편한 가죽구두 차림으로 배겨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어느 정도 직종에 대한 복장의 구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몇몇 큰 병원에서는 색깔을 단일화시키는 쪽으로 변화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거대한 `자유화 물결' 추세는 느슨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조만간 `백의의 천사'라는 우리 간호사들의 애칭도 곧 없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흰 유니폼은 사라지더라도 `천사'라는 이름은 오래 오래 지니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옥 수 리포터 (웨스트체스터 메디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