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처방 약값 병원에 못 물린다
서울대병원, 건보공단 상대 소송 이겨
[편집국] 김경원기자 kwkim@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9-24 오전 09:36:08
병원에서 환자에게 약을 과잉처방했다 하더라도 의학적 근거가 있는 합당한 경우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게 과잉처방된 만큼의 약값을 물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행 건강보험제도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건강보험 적용기준인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면 과잉처방으로 본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민유숙)는 서울대병원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 반환 소송' 1심 판결에서 “건보공단은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받아낸 원외처방약제비 41억원을 돌려주라”고 8월 28일 판결했다. 의사로서 요양급여기준을 지켜야 할 의무보다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진료해야 할 의무가 앞서므로, 과잉처방이라도 위법행위가 아니며 병원이 약값을 배상할 의무도 없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그동안 과잉처방에 대해 원외처방약제비를 실질적으로 받는 약국이 아닌 처방전을 발행하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약값을 환수해왔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서울대병원에 과잉처방(2001년 6월~2007년 5월 진료분) 약값 41억원을 물렸다. 서울대병원은 처방권을 가진 의사가 의학적 근거에 따라 처방한 것이고, 약값은 약국에서 받기 때문에 병원이 대신 물어낼 수는 없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병원측은 “의사가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의사의 진료권과 처방권이 요양급여기준보다 우선임을 밝혀준 당연하고도 의미있는 판결”이라면서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진료행위는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의 요양급여기준보다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측은 “건강보험제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1심 판결에 대해 법리적으로, 정책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9월 16일 항소했다. 또 “과잉 원외처방약제비에 대한 병원계의 소송이 잇따르고, 약제비 심사가 무력화돼 약제비가 급증할 우려가 있는 만큼 복지부와 협의해 법적 근거 보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도 “과잉처방을 규제하지 않으면 건강보험 운영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과잉처방 원외약제비를 환수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