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춘추-모유, 위대한 힘
왕희정(제일병원 주임간호사)
[제일병원] 왕희정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08-10 오후 13:18:02

“모유수유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데 가르쳐 주나요?” “젖이 한 방울도 안 나오는데 아기가 굶으면 어떻게 해요?” 9년 정도 모아병동에서 근무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말이다.
처음 산모들과 접하면서 나 역시 모유를 먹인다는 것이 너무나 생소하고, 매번 아무렇지도 않게 산모들의 유방 체크를 위해 가슴을 풀어 헤치며 민망해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먹는 아기의 모습을 보며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괜히 흐뭇해지
는 건, 지금까지 내가 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유이다.
모유수유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유를 먹여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실제 산모들은 “모유수유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아기가 빨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모유수유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간호사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수술해서 항생제를 맞고 있는데 모유를 먹여도 되요?” “아기가 지금 치료를 받아서 분유를 먹였는데 모유를 먹일 수 있을까요?” 걱정하며, 한숨 지으며 상담을 요청하는 엄마들이 많다. “젖을 먹이는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해 줄 때 금방 환해지는 그들을 보면서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 느끼게 된다.
유방울혈로 고생하던 산모에게 유방 마사지를 해주면서 수유를 권했는데, 퇴원 후 “지금은 아기가 젖을 잘 먹어요”라며 전화를 걸어올 때, 아기 재진 때 일부러 병동에 들러 “덕분에 모유수유 성공했어요”하며 기뻐하는 엄마의 얼굴, 부부가 같이 모유를 먹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 간호사가 줄 수 있는 희망이 아닐까 싶다.
모유수유는 아기에게 모유라는 훌륭한 음식을 주고 엄마의 회복을 돕는 이점이 있다. 더불어 젖을 먹이는 행위를 통해 진정한 엄마, 아빠로서의 역할을 배우고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행복한 가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왕희정(제일병원 주임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