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간호를 사랑한 `서서평'
100주년 맞은 광주기독병원 초대 간호부장
[편집국] 김현정 hjkim@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11-17 오전 11:39:07

`서서평(徐徐平):천천히 또 천천히 그리고 평평하게'
쉐핑(E.J. Shepping) 간호선교사의 한국식 이름이다. 영어 이름의 발음을 살린 것이기도 하지만 원래 조급한 성격을 여유있게 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는 전언이다. 이런 이름처럼 서서평 선교사는 천천히 한국인의 마음에 스며들어 오래도록 한국의 간호계와 선교 역사에 그 빛을 남기고 있다.
1880년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성경학교까지 마친 서서평 간호선교사는 광주기독병원 간호부장으로 한국에서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녀의 삶과 정신이 깃든 광주기독병원이 11월 20일로 개원 100주년을 맞이한다. `제중원'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병원은 `광주 현대의료의 산 역사'로 지칭될 정도로 광주지역 의료발전에 있어 의미가 크다.
서서평 간호선교사는 병원에서 많은 환자를 간호하면서 특별히 나병환자를 정성껏 돌봤으며, 길에서 여자 나병환자나 거지들을 만나면 집에까지 데리고 와서 목욕시키고 자기의 옷을 나누는 등 헌신적인 사랑을 보였다.
한국과 간호계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당시 일본인 간호협회에 맞서는 조선간호부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간호교과서' `실용간호학' `간호요강' `간이위생법' 등을 저술해 선진 간호를 후배들에게 알리는데도 주력했다. 간호협회지와 협회의 사용언어를 `조선말'로 규정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선교활동으로는 금주 금연 운동과 인신매매 반대, 축첩금지, 공창제도 폐지 등의 활동을 했으며 자비로 3년제 `이일 학교'를 설립해 여성들의 문맹퇴치와 계몽에도 힘썼다.
이렇듯 사랑과 헌신의 생애를 살았던 서서평 선교사는 1934년 54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했다. 눈을 감으면서도 그녀는 뱃속의 장기까지 의학 발전을 위한 실험용으로 기증했다. 당시 언론이 `자선과 교육사업에 일생을 바친 빈민의 어머니' `재생한 예수' 등의 제목으로 대서특필했던 그녀는 양림 뒷동산에 묻혀있으며, 많은 후학들이 그녀를 기억하고 기리고 있다. 앞으로도 그녀는 후세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김현정 기자 hjkim@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