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릴레이-7번째 개인전 연 김여옥 간호사
그림 작업하며 인생의 깊은 맛 배워
[편집국] 성미선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4-07 오후 14:29:29

“병원에서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단상들을 화폭에 담을 때 삶에 대한 성찰도 그만큼 깊어집니다.”
최근 7번째 서양화 개인전 ‘모듬전’을 연 김여옥 간호사(경북 칠곡군 왜관 혜원성모병원)는 “현재 구상중인 일몰이라는 소재는 병원에서 접한 환자들의 죽음에서 떠올랐다”며 “그림의 아이디어를 병원생활에서 많이 얻게 된다”고 말했다.
김 간호사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1992년경. 간암 투병 중이던 시아버지의 죽음 이후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자 그림을 시작했다. 틈틈이 시간을 내어 그리다가 대구예술대 서양화과에 입학해 체계적으로 미술을 배웠다. 각종 공모전에서 입선하며 작가로서 경력을 쌓았고 개인전과 초대전, 단체전 등 여러 차례 전시회도 가졌다.
자신의 그림을 넣은 달력을 제작해 판매한 수익금으로 호스피스 환자들을 후원하고 있고, 복지관 노인들을 위한 미술치료 자원봉사에도 열심이다. 3년 전부터는 대구 곽 병원 내 갤러리에서 자신의 그림을 정기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작년부터 혜원성모병원 노인(효)병동에서 치매나 중풍 노인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그는 예전의 간호사 생활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다. 1988년 곽 병원을 그만두고 나서 아내, 며느리, 엄마, 작가로 살아오는 동안 고통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고 가치임을 새롭게 깨달았기 때문.
“간호사라는 직업은 혼자 해야 하는 미술작업과 달리 환자들을 위해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젊었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환자의 처지를 공감하며 받아줄 수 있는 넉넉함과 연륜이 생긴 것 같아요.” 간호와 함께 그림은 그에게 삶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의미다. 김 간호사가 주로 그리는 것은 유화. 그림의 특성상 덧칠을 계속 하기 때문에 중후한 매력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 꽃, 사계절, 반가사유상을 주제로 많이 그렸고, 사라져 가는 풍경에도 관심이 많다. 한번 작업할 때는 시간도 잊어버릴 만큼 몰입하는 그 순간이 즐겁기만 하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제 그림을 보며 잠시나마 평안함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그림을 접할 수 있도록 병원 등 열린 공간에서 전시회를 계속 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