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평가 못 받은 교육과정 폐지 마땅
인터뷰-뉴욕주 간호국 지텔 국장
[편집국]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12-17 오전 10:59:49
◇ 면허시험 문항개발 위해 신규간호사 6천명 실제업무 분석
◇ 간호법·규정 위반한 경우 간호국에서 징계
◇ 우수 간호사 보유하려면 `마그넷 병원' 배워야
-뉴욕주 간호국은 어떤 기구인가.
“주정부기구로 의료소비자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교육부(Education Department)에서는 간호사를 비롯해 면허·자격을 갖는 48개 전문직을 관리한다. 간호국(State Board for Nursing)에서는 간호사 면허와 업무수행, 간호법과 규정, 간호교육, 징계 등을 총괄한다. 뉴욕주에서 일하길 원하는 간호사는 간호국으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하며, 3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반면 뉴욕주간호사협회는 간호사들의 권익옹호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구이며, 대한간호협회와 유사한 조직이다.”
-미국의 간호교육 인증평가 시스템은.
“미국간호교육연맹 인증평가위원회(National League for Nursing Accrediting Commission)에서 모든 간호교육과정, 미국간호대학협의회 인증평가위원회(Commission on Collegiate Nursing Education)에서 학사 이상의 교육과정에 대한 인증평가를 하고 있다. 평가결과는 공개되며, 인증평가를 안 받으면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단일한 인증평가기구를 두고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
-인증평가의 참 의미는 어디에 있나.
“간호대학마다 자체평가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평가를 위한 통과의례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모든 교직원이 참여해 대학의 강·약점을 파악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 인증평가 유효기간과 관계 없이 정기적으로 자체평가를 해야 한다. 자체평가를 통해 교수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임상교육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간호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예산도 투명하게 공개해 교수들의 보수, 연구지원비, 학생 장학금 등이 어떻게 배정됐는지 모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의 결과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나.
“커리큘럼의 목표는 측정 가능하게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진술해야 한다. 교육의 결과를 보여주는 학생 성취도 관련 지표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신입생이 졸업하는 비율, 면허시험 합격률, 취업률, 대학원 진학률 등을 밝혀야 한다. 졸업생을 고용한 병원에서 만족하고 있는지, 재교육을 시키느라 고생하고 있는지도 평가해 봐야 한다.”
-면허시험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면허시험은 환자에게 안전하고 질적인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능력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시험은 타당해야 하며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시험에 관한 제반업무는 각 주의 간호국이 참여하는 미국간호국협의회(NCSBN)에서 맡고 있다. 간호실무에 근거한 시험문항을 개발하기 위해 3년마다 전국의 신규간호사 6천명을 대상으로 실제로 하고 있는 간호업무를 분석한다. 분석결과를 토대로 간호대상자의 요구 범주를 정하고 간호과정에 맞춰 문항을 개발한다. 6천개 이상의 시험문항 풀을 갖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문항을 보충한다. 각 시험문항의 난이도 등을 반드시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임상실기시험에 대한 견해는.
“미국에서는 1930년대 후반 면허시험에서 임상실기시험을 폐지했다. 간호대학 졸업생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실기시험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임상시험적인 요소를 반영한 문항을 개발해 필기시험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간호국에서 간호사 징계권을 갖고 있나.
“간호법에 간호사의 업무가 명시돼 있다. 간호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면서 어려운 일이다. 실무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간호사의 과실이나 의료사고로 인해 민원이나 소송이 발생했을 경우 간호국에서 조사를 실시하며, 변호사 및 보건부와 긴밀히 논의한다. 사안에 따라 경고부터 징계위원회 회부까지 단계별로 조치한다. 면허를 취소시킬 수도 있다. 규정을 위반한 경우도 징계 대상이다. 환자유기 등 비윤리적 행위를 했거나, 신분증을 달지 않았을 때 징계를 받는다. 의료인은 환자가 식별할 수 있도록 이름과 직종을 명확히 표기한 신분증을 달아야 할 의무가 있다.”
-세계적으로 간호사 부족문제가 심각하다.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게 만드는 전략이 중요하다. 우수한 간호사를 충분히 보유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델이 `마그넷 병원'이다.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당긴다는 의미다. 미국간호협회 산하 미국간호사자격인증원에서 평가를 거쳐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마그넷 병원에는 교육을 잘 받은 우수한 간호사가 많고, 간호사와 의사가 협력적인 관계에서 일한다. 간호사의 자율성이 보장되며, 간호사들을 지지하는 간호관리자가 있고, 간호사들이 병원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한다. 간호사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준다.”
-신규간호사의 적응을 돕는 전략이 있는가.
“첫 1년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오리엔테이션을 잘 해야 한다. 신규와 베테랑 간호사가 함께 참여하는 세미나를 매달 열어보라. 환자를 간호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일명 병상의 전설), 특히 실패한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토론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신규들은 자신감을 갖게 되며 비판적사고, 문제해결능력, 리더십을 키우게 된다. 병원에 대한 소속감도 커진다.”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는 한국을 위해 조언한다면.
“미국에서도 간호법에 `간호진단'을 넣으려고 했을 때 의사들의 반대가 심했다. 의사진단과 간호진단이 어떻게 다른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했고, 사람들을 설득했으며, 결국은 통과시켰다. 대한간호협회에서 더욱 힘을 내 간호법의 필요성을 알리고 설득해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