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 10명 중 3명이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에게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 또는 보호자가 술을 마셨을 때, 의료진으로부터 설명을 잘 듣지 못했다고 느낄 때, 진료시간이 지연될 때 폭력행위가 발생할 위험이 높았다.
이는 박은영 대동대 간호학과 교수의 연구논문 `응급실 환자 및 보호자의 폭력행위 예측요인'에서 밝혀졌다. 성인간호학회지 2014년 10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에서는 환자 및 보호자로 최근 1년 이내 응급실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 447명을 대상으로 응급실에서 폭력을 행사한 경험과 당시 상황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았다.
◇ 응급실 폭력행위 실태 = 연구결과 477명 중 123명(27.5%), 즉 응급실 환자 및 보호자 10명 중 3명이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행위의 유형을 보면 `언어적 폭력'이 많았다. 의료진에게 폭력을 가했다고 답한 123명 중 대부분(94.3%)은 소리를 질렀다고 응답했다. 의료진에게 반말을 했다(61.0%), 욕을 했다(50.4%)는 경우도 많았다. 의료진을 협박한 적이 있다(21.1%)는 응답도 나왔다.
'신체적 위협' 유형으로는 의료진에게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45.5%), 화를 내며 돌아다녔다(30.1%), 의료진을 때리려는 자세와 물건을 던지려는 자세를 취했다(15.4%), 병원물건을 발로 찼다(9.8%) 등이 나타났다.
폭력행위를 한 환자 및 보호자 10명 중 1명 정도는 의료진에게 직접 `신체적 폭력'을 가했다. 밀었다(9.8%), 멱살을 잡았다(8.1%), 때리거나 발로 찼다(5.7%), 침을 뱉었다(4.9%), 내가 던진 물건에 의료진이 맞았다(4.9%) 등의 폭력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을 물거나(2.4%), 할퀴었다(0.8%)는 경우도 있었다.
◇ 폭력행위 예측요인 = 연구에서는 응급실에서 폭력이 행해진 상황을 분석한 결과, 폭력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은 예측요인 7가지가 다음과 같이 도출됐다. △환자와 보호자의 관계 △음주여부 △과거 응급실 진료 시 불만표현 경험 △진료 또는 대기 중 환자의 상태 악화 △진료시간 지연 △의료진의 설명 시 태도 △의료진의 처치 시 숙련도.
각 예측요인별로 폭력행위 위험도를 보면 응급실에 환자를 데려온 보호자가 친구일 때 가족인 경우보다 폭력행위가 발생할 위험이 6.1배 높았다. 환자 또는 보호자가 술을 마셨을 때 3.9배, 응급실 진료 시 불만을 표현한 경험이 있는 경우 2.6배, 응급실 진료 또는 대기 중에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을 경우 1.8배 증가했다.
특히 환자 또는 보호자가 진료시간이 지연됐다고 인식할수록 폭력발생 위험도는 1.8배씩 높아졌다. 의료진의 설명태도가 좋을수록(모든 처치 전에 설명, 쉬운 말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 폭력행위 위험도는 2.2배씩 낮아졌다. 의료진이 처치할 때의 숙련도가 좋다고 인식할수록 1.8배씩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