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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의료원 간호사] 나혜령       기사입력 2000-10-19 오후 16:57:35

제13차 세계장루전문가회(WCET) 학술대회가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학술대회는 2년마다 열리며 여러 나라의 장루간호술과 경험을 교환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행사로 손꼽힌다.

세계 최초의 장루클리닉은 장루 보유자였던 Norma N Gill 여사에 의해 1953년 설립됐으며, 세계장루전문가회는 1976년 발족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채숙 선생님이 1987년 처음으로 장루전문간호교육을 받고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국내외 전문간호과정을 통해 배출된 장루전문간호사가 500여명에 이른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한국에서 18명의 장루전문간호사가 참가했으며, 3명이 구두 및 포스터 발표를 했다. 특히 올해 6월 발족한 대한장루·상처·실금전문간호사회(회장·이혜옥)를 중심으로 참석해 더욱 뜻깊었다.

개회식날 이혜옥 회장은 한복 차림으로 당당히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태극기가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와 나란히 단상에 올라 무대를 밝히는 순간 코 끝이 찡해왔으며 한국의 간호사라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학술대회 기간 중에는 제1회 아시아 장루재활 포럼 및 제1회 아태지역 장루전문가 포럼도 함께 열려 의미를 더했다.

장루재활 포럼에서는 동아시아권 의사와 장루전문간호사들이 장루에 대한 의견과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는 장루보유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장루전문간호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강조됐다.

아태지역 장루전문가 포럼은 아시아권 장루전문간호사의 역할과 현황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유익한 시간이 됐다.

학술대회에서는 고난도의 상처관리방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하지만 이 방법들은 이미 국내에서 간호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것이어서 우리나라의 상처 및 장루관리 수준이 결코 선진국에 뒤지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학술대회 마지막날 열린 Gala night는 나의 생애에 있어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한국 간호사들은 모두 한복을 입고 나와 그동안 빠듯한 일정 중에도 짬을 내 연습한 부채춤을 선보였다. 세계인들에게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면서 부채를 이용해 파도타기와 꽃 만들기를 보여주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찬사를 받으며 정말 흐뭇했다. 공연을 마친 후에는 함께 사진을 찍기 원하는 외국인들의 모델이 되어주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부채춤에 사용했던 부채는 외국 장루전문간호사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Gill 여사의 일생을 담은 슬라이드 쇼도 가슴에 깊이 남았다. 우리의 손에 맡겨진 장루와 상처 보유자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영원한 동반자(helper)가 되겠다는 마음을 다져보았다. 이번 학술대회는 장루전문간호사에 대한 비전과 자부심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유익한 기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