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어둠은 아직 짙고, 창밖에는 부슬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간호돌봄봉사팀은 말없이 일어나 하루를 준비했다. 손끝은 떨리고, 어깨는 무거웠지만 이들에게 이 새벽은 어느덧 열두 번째 시작이었다.
작은 우비를 걸치고, 붕대와 소독약을 챙기는 손길.
그 손에는 단순한 응급처치를 넘어, 함께 걷기 위한 마음이 실려 있었다.
“오늘도 다시 걷습니다”
4시 30분. 어제 예정보다 더 먼 길을 걸었던 탓에, 오늘의 출발 지점까지는 차량으로 30~40분을 이동해야 했다. 피곤함이 짙게 내려앉은 얼굴들, 그러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차에서 내렸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여기 또 물집이 잡혔어요….”
이른 아침, 두 시간 넘게 걸어 도착한 소똥령 마을.
그곳에서 송파팀 8명이 합류했다. 간단한 식사 후, 한 참가자가 발목 통증을 호소했다.
봉사팀은 곧바로 붕대를 감고, 파스를 붙이며 걸음을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
서로를 지키며 이겨내는 동행
걷는 길 위에서 누군가는 지쳐 주저앉았다.
“풀에 쓸려서 따가워요.”
다리엔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고, 피로와 통증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봉사팀은 이동 중에도, 휴식 중에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연고를 바르고, 파스를 붙이고, 타이레놀을 건넸다. 누군가는 아픈 다리를 주물렀고, 누군가는 조용히 등을 토닥였다.
이 여정은 단순한 행군이 아니었다. 서로를 살피고 지켜내는 ‘동행’이었다.
중간 합류와 분산, 끊임없는 케어
점심은 용하리에서 김밥 한 줄로 해결했다.
이어 청주팀 약 30명이 합류했고, 송파팀은 휴식을 위해 후열로 빠졌다.
잠깐이라도 쉼터가 생기면, 케어를 요청하는 줄이 이어졌다.
“이 근육통은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조심스레 다리를 주무르는 손길, 무릎을 살피는 눈빛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이곳엔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었지만, 모두가 서로를 걱정하고 있었다.
“혈당이 떨어졌어요…”
오후, 마달리에 가까워질 무렵.
한 참가자가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인슐린은 맞았는데, 식사를 못 했어요…”
저혈당 증상. 봉사팀은 곧바로 포도당을 건넸고, 차량으로 옮겨 휴식을 취하게 했다.
얼마 후 혈당 수치는 정상 범위로 돌아왔고, 모두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사소한 이상도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이 길 위에선, 작은 신호 하나에도 모두가 민감했다.
30km 함께 걷는 길, 통일의 이름으로
이날의 총 이동 거리, 30km.
수없이 생긴 물집, 쌓여가는 근육통, 그리고 말 없는 피로.
하지만 해가 저물고 나서도 간호돌봄봉사팀의 가방은 닫히지 않았다.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파스를 붙였고,
누군가는 붕대를 새로 갈았다.
누군가는 말없이 곁에 앉아, 그날의 고단함을 나눴다.
이들은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돌보고, 일으키며, 함께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비가 와도, 통증이 있어도,
이 걷기는 멈추지 않는다.
그 끝엔 통일이란 이름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