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이곳에선 결코 평범한 아침은 없다.”
8월 4일, 평화의댐 오토캠핑장. 카라반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습기, 밤새 쏟아진 장대비가 땅을 적셨다. 텐트 바닥에는 물기가 고였고, 간호돌봄봉사팀 팀원들의 운동화는 이미 젖어 있었다. 한여름 캠핑장이라기보다는 무거운 구름 아래 잠시 정박한 임시 피난처 같았다.
하지만 그런 아침에도 봉사팀은 평소보다 먼저 눈을 떴다. 참가자들의 발을 감싸고 있는 물집과 상처들, 밤새 쿡쿡 쑤셨을 근육통, 발가락 사이사이에 스며들었을 땀띠와 염증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빨리 준비해야 했다. 간호돌봄봉사팀은 서로 눈인사를 나누며, 치료 물품을 정돈했다.
오늘은 참가자들의 물집이 더 늘었다
전날보다 더 악화된 발 상태가 눈에 띄었다. 발바닥 중심을 덮은 수포, 물이 찬 발가락 사이의 붉은 염증, 그리고 잘못된 신발 선택으로 생긴 발등의 찰과상까지. 가만히 있어도 쓰라릴 수 텐데, 이들은 또 하루를 걸어야 한다.
케어를 마친 후, 주최 측이 준비한 빵과 우유, 복숭아로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쳤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늦은 6시 30분에 걷기가 시작됐다. 걷기 참가자 중 일부는 다리 부상이나 근육통 등으로 더는 도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거나 차량 지원을 받아 잠시라도 코스를 함께하며 ‘함께 걷는다’는 의미를 지켰다. 그런 의지는 날씨보다 더 깊은 울림이었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잠깐 햇살이 비쳤던 것도 잠시. 하늘은 곧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다시 비가 쏟아졌다. 비 맞은 머리칼이 뺨에 붙고, 신발 속 양말이 축축해지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무엇보다 걱정이 된 건, 이미 손상된 발에 또 다시 젖은 신발을 신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작은 물집 하나가 감염으로 번지기 쉬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혹은, 단련되었다고 해야 할까.
도보 도중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단 한 명, 샌들을 신고 걷다 발이 쓸려 소독을 요청한 참가자뿐이었다. 어쩌면 참가자들은 아픔을 견디는 법을, 아니 함께 견디는 법을 이미 체득한 듯 보였다. 고통을 말로 내뱉는 대신, 서로에게 말없이 물을 건네고, 걷는 속도를 맞추는 것으로 연대를 표현하고 있었다.
발보다 마음이 먼저 걷고 있었다
걷기를 마친 후 숙소인 방산회관으로 이동한 참가자들.
하지만 간호돌봄봉사팀에게 그제서야 진짜 하루가 시작됐다. 교대 후 참가자들을 위한 본격적인 간호돌봄에 들어갔다. 이날 케어를 받은 인원은 11명.
물집, 찰과상, 근육통, 땀띠, 햇볕에 데인 피부 — 걷기의 흔적은 발뿐 아니라 몸 전체에 남아 있었다.
케어할 곳은 간이로 마련된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작지 않았다. 상처를 씻고, 연고를 바르고, 테이핑을 하고, 다시 내일을 걷게 만드는 작업. 한 사람, 한 사람의 회복을 도우며, 간호돌봄봉사팀은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루의 끝자락에도 간호돌봄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내일의 기상 시간은 새벽 4시. 하지만 밤 9시 반까지도 참가자들은 간호돌봄봉사팀을 찾았다.
그 시간에도 봉사팀원들은 물품을 정리하고, 닳은 밴드 대신 튼튼한 발 받침대를 만들며 내일을 준비했다. 휴식은 잠깐이었고, 눈을 붙이는 시간은 잠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치지 않았다.
왜일까. 그들이 고된 하루 끝에서도 다시 붕대를 들 수 있는 이유는 단지 간호돌봄의 마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함께 걷는 이들의 ‘포기하지 않음’이, 곁에서 묵묵히 손을 내밀게 만드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걷고, 누군가는 이들을 돌보고 있다. 그러니 내일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